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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폭등 플랜B 준비했다는 오세훈 시장, 文도 못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할까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8.12 09:44 수정 2024.08.12 10:34

집값 폭등 플랜 B 준비한 서울시, 주택거래허가제 만지작

[땅집고]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상승 가능성이 여전히 가시지 않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면적을 넓히는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값 문제에 대해 한 발 빠져 있던 서울시가 집값 규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은 2022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반지하 주택 침수와 관련 충돌한 적이 있다. 오 시장인 20년에 걸쳐 반지하를 순차적으로 없애겠다고 발히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반박했다.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신경전으로 보였다.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8.8 정부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관련 서울시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주택 공급 확대 브리핑에서 “계속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돼 추가 조치가 필요할 때가 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을 포함해 ‘플랜 B’들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 역시 브리핑에서 “서초구 반포동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계속되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로 지정할 구체적 지역을 거론했다.

■ 오세훈 시장, 문재인도 시도하지 못한 주택거래허가제 만지작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 목적 외에는 주택과 토지를 구입할 수 없다. 전세를 낀 갭투자는 원천 차단된다.

현재 서울에선 강남구 대치·개포·일원·수서·자곡동 등 6.02km², 서초구 서초·양재·방배·우면·내곡·염곡동 등 21.27km², 용산구·한강로 1·2가·용산동3가 등 용산정비창 개발사업구역 및 인근 정비사업구역 등 0.72km²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 지정됐지만, 집값이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지정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집값 폭등을 주도하는 반포는 토지거래허가 구역에서 제외된 상태이다.

개발호재와 상관없이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지정하는 것은 사실상의 주택거래허가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재산권 침해논란으로 포기했던 카드이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통한 집값 억제 효과가 크지 않고, 주민이 이사를 하거나 주택 거래를 할 때 불편함이 가중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땅집고]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현황. /조선DB


■ 토허제 풍선 효과

풍선효과로 토허제가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많다. 토허제에서 제외된 반포동과 한남동이 집값 상승의 진원지이다.

반포동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 6월 50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84㎡도 최근 49억8000만원에 거래돼 평당(3.3㎡당) 1억5000만원에 육박했다.

강북 비규제지역인 마포구의 경우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가 22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다시썼다. 이 주택형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5억5000만~18억원에 거래됐는데, 최소 4억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강남권이나 용산 등의 아파트는 가격이 이미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치솟다보니 마포구로 실수요자가 넘어오는 분위기”라며 “실수요자가 많아 노후 아파트조차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받는 강남 압구정, 송파 잠실동 등에서도 연일 신고가가 터져나와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압구정동 압구정 구현대 6·7차 254㎡는 지난 3월 115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당시 ‘집값 띄우기’와 ‘작전 세력 개입’ 의혹이 불거졌지만, 최근 등기까지 마쳐 실거래가 확인됐다. 이어 6월에도 같은 주택형이 115억원에 거래돼 이 주택형의 시세가 115억원으로 굳혀졌다. 해당면적 호가는 120억원대로 오른 상태다. 직전 거래가 2021년 4월 8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년 만에 35억원 치솟은 셈이다.

■ “이미 실수요자가 이끄는 시장…토지거래허가구역 효과 없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현실화하면 외지인 거래가 더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 투자자의 경우 서울 핵심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막혀버린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지역 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는 총 1396건으로 전달에 비해 31.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2월(1831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올 상반기 서울은 송파구(442건), 강동구(372건), 성동구(335건), 강남구(316건) 등의 순으로 외지인의 매입이 많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재 집값을 움직이는 것은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규제가 집값을 억제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이 갑자기 내 집 마련에 황급히 뛰어들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문제인데, 이런 점을 간과하고 시민의 재산권만 규제하는 방법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

■ 오세훈 시장, 주택거래허가제는 기회이자 위기

만일 집값이 계속 올라 오세훈시장이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 집값을 잡는다면 서울시가 주택정책의 이니셔티브를 잡을 수 있다. 플랜B에 대한 준비도 없이 집값 안정을 외치는 국토부와 극명하게 대비될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혼부부용 주택공급 확대 정책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신통기획 등 독자적 정책을 폈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오 시장의 주택정책이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풍선효과로 집값이 상승세가 확산된다면, 오세훈 시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집값 문제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다. 한국은 중앙정부가 집값을 책임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만일 오세훈 시장 정책을 주택거래허가제를 주도하기 시작하면 향후 집값 폭등 시 자치단체장에게 비난이 쏠릴 수도 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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