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집값 크게 안 올라…추격매수 말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8.8대책’ 발표 이후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 수요 불안을 잠재우겠다”면서 집값 안정을 자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 장관이 집값안정을 단언하는 것은 자칫 정권의 신뢰성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무모한 도박이라고 비판한다.

이미 주택 시장은 과열로 치닫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에 대비한 ‘플랜B’로 토지거래허가제의 확대를 거론할 정도로 집값은 심상치 않다.

박 장관의 발언은 묘하게 문재인 정부의 김현미 장관과 겹쳐 보인다. 부동산 정책 문외한인 김현미 장관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큰소리를 쳤다.

김현미 장관은 다주택자를 향해 “(집값이 내릴 것이니)거주하지 않는 집이면 팔라”고 권했다. 김현미 장관의 확신에 찬 말을 믿었던 국민들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3년 6개월 재임기간을 자랑하던 문정부의 최장수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 만들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불명예 퇴진을 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김현미 장관의 섣부른 발언 남발은 문재인 정부의 신뢰성 자체를 붕괴시켰다. 사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빚어진 경기침체를 막기위한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정책으로 전세계 집값이 폭등했다. 그런데도 김현미 장관은 그런 기본적 경제 상식도 망각한 채 집값은 투기꾼이 올리고, 투기를 막으면 집값도 잡을 수 있다고 믿고 아무말 대잔치를 벌였다.

당시 김 장관이 저금리로 집값이 오를 수 있지만, 주택을 5년 내 충분히 공급, 서민들이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액션플랜'을 제시해했다면 정권 신뢰의 붕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세계 집값이 폭등했는데도, 정권 차원의 비판을 받은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 영국 등 집값이 치솟은 나라의 어느 정치인도, 관료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쟁이 발언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의 실패를 잘 알고 있는 박 장관이 “추격 매수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의외이다. 만일 집값이 안오르면 박장관은 능력 있는 장관이 되겠지만 집값이 계속 오르면 그땐 무슨 말로 변명을 할 것인가. 장관 한사람의 신뢰성이 아니라 정권차원의 신뢰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관료 출신인 박 장관이 주무 부서 장관으로 집값 안정의 염원을 담아서 하는 말이라면 그것은 코미디이다. 국토부는 정권출범시 역대 정권 최대규모인 5년내 270만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그런데 인허가 기준 공급이 10년내 최악으로 추락할 때까지 방치했다. 공급 절벽발 집값 폭등론이 등장한 배경은 국토부의 정책실패 탓이다.

박장관이 집값 안정될 것이라는 점쟁이 같은 발언보다는 향후 구체적인 공급일정과 액션플랜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공급 일정 자체가 실종되는 등 정부의 공급 대책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일단 기존의 공급대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를 해야 한다. 기존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장미빛 공급대책을 무조건 신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더군다나 글로벌하게 집값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금리인하, 경기회복, 관광의 재개 등이 합쳐진 결과이다. 미국의 집값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는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에 대해 솔직하고 겸손하지 않으면 김현미 장관의 실패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월세 300만원인데 대기만 300명?! 초고령화 사회 한국, 시니어 주거 시설은 턱 없이 부족, 블루오션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 땅집고M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