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감금-약물 없는 치매 요양원…간병에도 철학이 필요해

뉴스 차학봉기자
입력 2024.08.09 11:00

[노인천국, 일본의 간병] ‘치매는 병이 아니다’는 간병 철학의 요양원 요리아이

[땅집고] '격리하지 않는다', '묶지 않는다', '약(수면제,진정제)에 절어살게하지 않는다', '음식은 입으로, 가능하면 동료와 함께', '배뇨-배변은 화장실에서'

일본 후쿠오카시에 있는 특별요양노인홈(요양원) ‘요리아이(よりあい)의 운영방침이다. 요리아이를 이용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치매에 걸려 있다. 보통 요양시설은 치매 노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수면제, 진정제를 투약하거나 결박하기도 한다.

후쿠오카의 요리아이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요리아이



요리아이는 노인들의 방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다. 식사 시간이 따로 없다. 노인들은 자신이 원할 때 먹고 잘 수 있고 식판이 아닌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으며 함께 모여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노인들은 언제든 원할 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직원들이 따라 나가 노인들과 동행하지만, 혹시 직원이 모르는 사이에 나간다 해도 괜찮다. 인근 주민들이 홀로 걷는 노인을 발견하면 시설로 전화해주기 때문이다.

■ 간병인을 위한 요양원, 노인을 위한 간병

어떻게 가능할까. 요리아이의 대표인 무라세 타카오(村瀬孝生 60)씨의 경험과 철학이 바탕이 됐다. 그는 도호쿠복지대학을 졸업한 후, 노인시설에서 8년간 근무했다. 그가 취직한 요양원은 입소자 100명 중 50명이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신체 구속도 자주 있었고, 구속복은 '우주복'이라고 불렸다. 충격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90%는 앉을 수 있다"는 물리치료사 미요시 하루키 씨의 책을 읽고 감동받은 그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3년 후 거의 전원이 휠체어에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원래 앉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일본 사회에서는 간병하는 측의 사정으로 누워만 있게 한 측면이 있습니다."
앉으면 폐활량이 증가해 감기에 걸리기 쉬워지고, 복압이 높아져 요의를 느끼기 쉬워진다. 한마디로 간병인이 해야할 일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는 1995년부터 후쿠오카시의 '요리아이 '에서 일하게 되었다. 요리아이의 설립자는 시모무라 에미코(下村恵美子). 시모무라는 1991년 사찰의 방 하나를 빌려 92세 여성의 거처를 마련한 것이 계기가 돼 요리아이를 만들었다.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지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더라도 '익숙한 동네에서 자기답게 살자', '지금까지 쌓아온 생활 습관을 소중히 여기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늙어가고 평온하게 종말을 맞이하자'는 운영 철학을 실천했다.

요리아이의 통원 간병시설. 동네 허름한 주택을 활용했다/요리아이


■ 내집 같은 요양시설로 관심

무라세씨는 1995년 시모루라씨의 권유로 합류했다. 요리아이는 소수정예 치매요양사업소의 선구자로 주목받으며 전국에서 견학객이 찾아왔고, 2000년 시작된 국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설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4년 요리아이대표를 맡은 무라세씨는 지역 밀착형 특별양호노인홈 '요리아의 숲'을 만들었다. 토지비 약 1억 2000만 엔은 후원자 101명의 기부금으로 전액 충당했다.  입소자와 가족, 지역 주민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집에 교류 공간을 만들었다. 주택과 데크로 연결해 카페도 열었다. 요리아이 두곳은 통원간병으로 각각 17명이, 모리아이의 숲에는 26명이 입소해있다. 직원은 3개 시설을 합해 50명이 넘는다. 일본에서도 “새로운 간병 모델을 제시했다”. “지역 복지의 거점을 마련한 성공 사례” “노인을 ‘물건’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며, 시설이나 사회의 시간을 강요하지 않고 노인들의 시간에 맞춘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 책 통해 치매 노인, 간병인, 가족들이 가져야 할 철학 전파

무라세씨의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돼 출판됐다.


무라세씨는 한국에서도 '돌봄, 동기화, 자유'(다다서재출판, 일본어판 シンクロと自由)라는 책을 통해 유명하다. 무라세씨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경험하는 치매를 병이 아닌,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입장에서 사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치매노인들의 혼란에 기꺼이 동기화(싱크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현장 경험을 통해 노화와 치매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완전히 탈피해 돌봄의 본질,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인과 간병인의 상호작용, 돌봄과 자유의 공존 등 ‘돌봄’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고찰한다. 치매로 혼란에 빠진 노인을 무조건 통제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 혼란에 함께 어우러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무라세의 주장이다.

무라씨는 간병인의 자유 역시 강조한다. ‘요리아이’에서는 돌봄을 하던 직원이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몰릴 때 언제든 도망치라고 당부한다. 돌봄을 하다 보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감정,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상냥한 줄만 알았던 자신에게서 낯선 ‘나’가 튀어나와 자칫하면 학대와 방치로 이어질 수 있는 그 위험한 상황에서 무라세씨는 ‘도주’를 인정해준다. 최선을 다해 돌보지만 위태로운 순간에는 도망칠 수 있는 자유. ‘자유’가 돌보는 이와 돌봄 받는 이, 두 사람을 구원한다는 것이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김이진 전 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시니어타운 개발과 운영 수지 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서울시 초대 유니버셜디자인센터장을 지낸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는 어르신의 사용성을 극대화한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 건물만 잘 올리면 끝? 설계 · 시공 · 건축 모든 단계에 꼼꼼한 전략이 필요해요! 혼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돈 버는 건축 치트키 대공개 ☞ 땅집고M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



화제의 뉴스

2년 만에 GTX-C 착공, '환승 거점'으로 변모할 핵심 정차역 4곳
5억 분담금 발목 잡았던 노원 '미미삼', 50층 초고층으로 변신
성수4지구 재입찰 돌입…대우 참여 불투명, 롯데 적극 참여
"하남 미사보다 빠르다" 도쿄서 짓는다는 3조짜리 '스피어' 공연장
"임차 보증금 2000억 휴짓조각" 일산 원마운트, 1년 만에 비참한 결말

오늘의 땅집GO

"임차 보증금 2000억 날려" 일산 원마운트, 1년 만에 비참한 결말
사람 대신 '유골함' 입주시킨 미분양 아파트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