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반포 '국평 50억' 풍선효과 주범 '주택거래허가제'…서울시 폐지수순

뉴스 이승우 기자
입력 2024.08.07 09:13 수정 2024.08.07 17:13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전경./이승우 기자


[땅집고]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주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풍선효과의 주범으로 지목됐을 뿐 아니라 규제 지역 집값 상승 억제 효과마저 상실했다.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으며 결국 해제 수순을 밟게 될지 관심이 높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주택구입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로,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이다

지난 6일 나라장터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토지거래허가제도 운영에 대한 검토 및 분석' 연구용역 발주계획을 공개했다. 토지거래허가제도의 운영 전반을 비롯해 실행 전후의 부동산 가격 안정 여부 등 실효성을 분석해 향후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토허제는 집값 상승 억제 측면에서 실패한 제도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과 현장 중개업소들의 평가다. 주변 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 효과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도 실수요가 집중되며 연쇄적으로 가격이 올랐다.

토허제는 땅 투기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특정지역을 거래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 상가, 토지 등을 거래할 때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있어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선DB


대규모 개발, 재건축 이슈 등이 있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지난 2020년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을 추진하며 시는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듬해엔 재정비 사업 추진 중인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을 추가 지정했다. 이들 지역 모두 4차례 연장됐다.

토허제로 인해 주변 지역의 집값을 비정상적으로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대표적이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 원베일리’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말 각각 50억원과 49억8000만원에 팔렸다. 중소형 주택형인 59㎡도 고공행진 중이다. 아크로리버파크 59㎡는 지난달 14일 35억8000만원에 팔렸다. 3.3㎡당 1억5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반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 원베일리 등 이 지역 아파트 매수자들은 대부분 부동산 투자로 자금을 마련한 30~40대 신흥부자들”이라며 “압구정동 등 최상급지를 희망하지만, 갭투자가 불가능해 그 수요가 반포동으로 몰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반포동 일대를 비롯해 준상급지로서 오름세가 뚜렷한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야한다고 지적한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역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많아지면 좋긴 하겠지만, 솔직히 비정상적인 가격”이라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지게 되면 주변 지역 부동산까지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땅집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도면./서울시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토허제는 더 이상 효과적인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소위 말해 ‘상급지’, ‘학군지’, ‘부촌’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투자 수요를 억눌러도 실수요가 끊이질 않는 곳”이라며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토허제로 묶인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지난달 압구정동 ‘신현대’ 170㎡가 64억원, 107㎡가 40억8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청담동 ‘청담자이’ 82㎡가 32억9000만원, 목동 ‘목동신시가지7단지’ 74㎡가 20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압구정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압구정동뿐 아니라 청담동, 잠실, 목동 등에서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을 봤을 때 토허제는 유명무실하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서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그 지역이 최상급지인지, 학군지인지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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