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개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최근 들어 본격 추진하는 모습이다. 전 정부 색깔이 짙은 공공개발 사업이어서 지난 3년간 추진 동력을 잃었다가, 최근 도심 주택 공급부족 위기 우려가 커지자 지구지정을 앞당기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뒀던 매입임대 사업도 최근 전세가격 급등 대책으로 꺼내 들었다. 매입임대 사업은 실적 맞추기에 급급한 마구잡이 사업으로 빌라 가격을 올리는 등 포퓰리즘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향후 2년간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12만가구를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한다.
지난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불광·수유·영등포·장위동 4곳(8037가구)에서 공공복합사업지구 지정을 위해 주민동의서를 접수를 시작했다. 이달 지구 지정을 추진하는 신길15구역(2300가구)까지 합하면 지구 지정 추진은 올해만 5곳으로 공급량은 지난해(3곳·1600가구)의 6배에 이른다. 또 첫 지구지정 사업지인 연신내역, 쌍문역 동측, 방학역 인근 등 3곳 1451가구에 대한 민간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 도심복합사업, 일몰기한 한 달 남겨두고 본격 추진
현재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는 전국 57곳, 9만1000가구 규모다. 후보지 40곳(5만7096가구)은 서울에 대부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복합지구로 지정된 곳은 16곳(2만3400가구)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3년간 한시적으로 사업지를 지정하기로 해 대다수 후보지들이 9월 일몰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가 일부 사업지 속도를 높인다고 해도, 나머지 후보지들은 일몰 기간인 오는 9월 20일까지 지구지정을 마치지 못하면 사업이 무산된다.
업계에선 정부가 기왕 공급할 것이었다면, 좀 더 미리 사업을 추진해 도심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2021년 2·4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주도 대규모 정비사업 방안을 발표하면서 나온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다가, 집값이 급등하자 기조를 바꿔 3기 신도시 공급 방안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21년 도심복합사업 계획을 밝혔다.
노후 빌라촌을 재개발하는 공공개발 방식으로 토지소유자 2/3(67%)가 동의하면 추진할 수 있다. 조합 주도의 일반 정비사업과 달리 LH 등 공공이 시행자가 되어 주민 토지를 수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아파트 등 신규 건축물로 보상하는 특징이 있다. 대신 용적률 규제완화 및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배제, 절차 간소화,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사업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용적률 인센티브 대비 공공기여 비율이 10%대로 서울시 신통기획 등 일반 민간 재개발 기여 비율에 비해 낮은 편이다. 서울 재정비사업의 경우 종상향에 따른 의무 공공기여 비율이 10%대, 추가로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 20~30%에 이른다.
여기에 도심복합사업은 지난해 11월 관련법 개정으로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하지 않아 사업성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지난 2·4대책 발표 당시 문 정부는 도심복합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지 토지 소유자에게 다른 정비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10~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발표된 당시 토지를 수용한다는 점 때문에 반발도 많았지만, 자력으로 재개발이 어려웠던 사업지나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의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사업지에서는 도심복합사업을 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 일반 재개발比 수익률 30%P 보장…후보지 주민들 “사업 속도 높여달라”
다만 문재인 정부 정책 성격이 짙었던 탓에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도심복합개발사업의 주체를 민간으로 전환하고,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의 주택 사업에도 각종 특례를 부여하는 ‘민간 제안 도심복합사업’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밖에 공간혁신구역, 뉴빌리지 등의 민간 중심의 재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법령 개정 및 후보지 지정 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공부문 인허가 실적이 처참한 수준에 이르자 여야 모두 도심복합사업 추진에 다시 주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일몰기간을 막긴 어렵다는게 업계 입장이다.
황재성(양천구 목4동 추진위원장) 도심복합사업 지역연대 공동회의 의장은 “자력으로는 개발이 어려운 곳들 위주로 사업지 신청이 이뤄졌다”며 “공공주도 사업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공공주택 사업만큼은 지속성을 갖고 신속하게 추진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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