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구에서도 핵심지 집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요. 서울에 강남이 있다면 대구는 수성구라고 보거든요. 대구 집값은 수성구냐 수성구가 아니냐에 따라 극심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질 거예요.”(대구 수성구 범어동 내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서울ㆍ수도권 상급지부터 흘러나온 풍선효과 가시화하는 가운데, 침체 수준이 가장 심각했던 대구에서도 초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핵심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반면, 미분양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대장’ 아파트 중 한 곳인 ‘수성범어 W’ 84㎡(이하 전용면적)는 올 6월27일 14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전날 거래가가 12억8200만원이었는데,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수성구 고가 아파트 10위권에 드는 ‘범어SK뷰’ 같은 평형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마지막 거래가 10억5000만원이었는데 7월 11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현장에서는 이 단지가 범어 네거리 외에 있는 단지 중에서는 메인 아파트 집값 상승의 후광 효과를 입을 수 있는 마지막 단지라고 보고 있다.

이영민 힐스테이트범어도건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범어동의 경우 전에 비해 매수세가 움직이고는 있지만, 실거주 수요보다는 선제적 투자자인 경우가 많다”며 “수성구를 넘어서면 여전히 미분양이 심각하고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급지 집값이 오르는 것과는 반대로 대구 부동산 지표는 여전히 나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9738가구다. 한 달 전보다 205가구 늘어난 수치다. 대구 미분양 주택은 작년 2월 1만3987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올 5월까지 감소했다. 그러다 16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매매가격 지수는 줄곧 하락하며 우하향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작년 7월(80.6)보다도 낮은 78.8을 기록했다. 매매 거래도 4개월 만에 2000건을 밑도는 등 2개월 연속 부진하다. 부동산 거래 현황 자료의 대구 6월 아파트 매매거래는 1995가구다. 전월(2214)보다 9.9%(219가구) 줄어드는 등 2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진다. 올 3월 2208건으로 세 달 연속 2000건을 넘겼다가 다시 떨어진 것이다.

대구는 올 5월 9533가구에서 6월 9738가구로 2.2% 늘면서 전국 지방 미분양 주택의 16%가 집중됐다. 대구 내에선 남구, 달서구에서 각각 약 2000가구 규모 이상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어 북구, 수성구, 서구, 중구, 동구, 달성군 순으로 미분양 주택이 많다. 대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역시 1635가구로 전월보다 8.6%(129가구) 늘어났다.

현장에서는 실제로 금리가 내려서 실수요자가 진입하지 않는 이상 대구 부동산이 살아나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아직 대구 부동산은 회복세라고 보기엔 변수가 많다”며 “아직 미분양이 많은데 분양 물량이 또 풀릴 경우 미분양이 또 쌓일 수 있고, 금리를 내리지 않는 이상은 현재의 초양극화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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