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6000억 규모 'LH 감리 입찰 담합' 전문가들 무더기 기소 "일해서 돈 버는 시대 끝"

뉴스 이승우 기자
입력 2024.07.30 15:59 수정 2024.07.31 07:54
[땅집고] 심사위원 도덕적 해이 사례./서울중앙지검


[땅집고] 아파트 등 공공건물의 안전한 시공을 관리해야할 감리업체들이 6000억원에 가까운 규모의 담합행위를 저질러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감리업체 카르텔의 담합행위는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다.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사업 관리용역(감리) 담합 사건에 대학교수, 공무원, 업체 대표, 법인 등 68명이 연루됐다. 이들은 뇌물수수·뇌물공여·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17개 감리업체와 소속 임원 19명은 2019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약 5000억원에 이르는 LH 용역 79건, 740억원 상당의 조달청 발주 용역 15건 등 총 5740억원 규모 사업에 부당공동행위(담합)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2019년부터 종합심사낙찰제도를 도입하자 이들은 LH의 연간 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나누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2020년의 경우 전체 물량의 약 70%가 답합에 의해 분배됐다.

감리업체들은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심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공개한 심사위원 명단을 악용했다. 업체들은 각 위원과 인연이 있는 직원을 담당으로 배정하는 등 조직적으로 로비 활동을 펼쳤다.

대학 교수, 시청 공무원, 공사 직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로비 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더 많은 뇌물을 요구하거나, 여러 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끼리 경쟁을 붙이거나 경쟁사에 꼴찌 점수를 주고 웃돈을 받는 등의 방식이다.

재판에 넘겨진 심사위원 18명이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받은 금액은 총 6억5000만 원에 달했다.

검찰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한 심사위원은 자신의 아내에게 "이제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 앞으로 (정년이) 9년 8개월 남았는데 죽으라고 심사하고 돈 벌어야지"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외 발주청에서 받은 자문 업무를 감리업체 직원에게 대신하게 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감리업계 비리는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4월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는 감리 입찰 당시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1월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에도 카르텔에 가담한 업체 한 곳이 감리를 맡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속적 담합과 뇌물 범죄로 공공재원이 로비자금으로 흘러가고, 전반적 현장 감리 부실과 안전사고로 이어진 부정부패 사건"이라며 "철저한 공소유지로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카르텔을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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