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래미안 원펜타스에 첫 적용된 모듈러 공법…6개월 공사 1달 만에 뚝딱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7.29 07:30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모듈러 욕실을 게스트하우스 중간에 설치하는 모습. /새턴바스


[땅집고] 2023년 가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공사 현장에서 4t(톤) 크레인이 화물차에 실린 콘크리트 큐브를 들어 올렸다. 아파트 2층 높이까지 올린 큐브를 제 자리에 끼워 넣는 작업은 단 몇 분이면 끝났다. 이 큐브 내부에는 반듯한 새 타일 위로 하얀 욕조, 변기, 세면대가 달려 있었다.

큐브 이름은 ‘모듈러’다. 공장에서 3차원 골조를 제작한 뒤 창호, 배관 등을 포함한 개별 공간의 약 80%를 박스 형태로 사전 제작한 것이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모듈러를 현장으로 옮긴 뒤 설치하는 건축 기술인 ‘모듈러 공법’이 화두다. 건축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땅집고] '모듈러 욕실'을 만드는 총 8개 과정 관련 사진./새턴바스


■ 현장에선 6달 걸리는데, ‘모듈러’는 1달!

반포동에 나타난 ‘욕실 모듈러’는 경기도 포천 공장에서 제작됐다. 일반 아파트 욕실 크기인 가로 1.6m, 세로 2.4m 규격 모듈러 욕실을 만드는 데는 약 한 달이 걸린다.

작은 네모 안에서는 바닥에 보일러 배관을 설치하고 시멘트로 덮는 작업부터 아래층에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방수 작업, 타일 부착, 욕조·변기·세면대·수건장 설치, 천장 덮개를 올리는 것까지. 일반 아파트 공사장에서 하는 욕실 관련 약 15개 공정이 똑같이 이뤄진다.

[땅집고] 경기도 포천시 '새턴바스' 공장에서 모듈러 욕실을 트럭에 싣기 위해 들어올리는 모습. /새턴바스


완성된 모듈러는 차로 약 1시간30분을 달려 서울 강남 한복판에 도착한 뒤, 크레인에 의지해 빈자리에 끼워 넣는 ‘인필(Infill)’ 방식으로 제 자리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 건축물 배관과 큐브 배관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큐브 높이나 바닥, 벽체 기울기가 예상을 벗어날 경우에는 배관 연결에 문제가 생긴다.

연결 공정에 필요한 시간은 약 3시간이다. 모듈러 제작 기간을 포함해도 약 한 달이다. 현장에서는 약 6달에 걸쳐 해야 하는 작업이 모듈러 공법을 도입할 경우 불과 한 달이면 끝나는 셈이다.

모듈러 욕실을 제작한 새턴바스 관계자는 “대부분 공사 현장에서는 거실과 방 등 전체 바닥 공정이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모듈러는 해당 공정이 끝나면 바로 방수나 타일 등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총 작업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재건축 단지의 게스트하우스 욕실 모습. /새턴바스


■ ‘新기술’ 모듈러 욕실, 강남 아파트에 첫 선

신반포15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펜타스’ 게스트하우스 욕실은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졌다. 국내 공동주택 최초 모듈러 욕실인 셈이다.

모듈러 욕실은 일반 욕실과 외관상 차이가 거의 없다. 게스트하우스를 본 조합원들은 “일반 아파트 욕실과 어떤 점이 다른지 모르겠다”며 “조립식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모듈러 욕실을 만든 ‘새턴바스’는 30년 경력 욕실 전문 기업이다.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는 “욕실 공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며 “10여 년 전 한 대형 건설사 제안으로 모듈러 욕실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새턴바스는 모듈러 욕실 연구에만 10년 이상 시간을 들였다. 이 회사는 모듈러 공법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 각국의 욕실 전문가를 만나거나 전시회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한 재건축 아파트 욕실 인테리어. /새턴바스


■ 공기 단축 효과 확실한데, 보기 어려운 이유는?

정 대표는 건설업계의 모듈러 욕실 도입 사례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듈러는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뿐 아니라, 인력난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건설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인력난에 처했다. 젊은 한국인 건축가는 고된 현장을 떠난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인력난은 건설업계 고질병’이라는 말도 나온다. 차선책인 불법 고용이 만연하지만, 업무 숙련도나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질병을 넘어 불치병이 될 처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올해 1분기에만 3만4000명분의 일손이 부족하다고 봤다. 지난해 1분기 3만명(2.0%)가 부족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5000명의 일손이 더 필요해졌다.

다만, 모듈러 욕실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막대한 운송비다. 욕실 한 칸인데도, 부피가 크다 보니 규모가 제법 큰 트럭과 유류비가 필요하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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