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미친 임대료에 공실 폭탄 맞은 가로수길…착한 임대료로 핫플된 세로수길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7.29 07:30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역 8번출구 뒷골목에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한 모습. /강태민 기자


[땅집고] 서울 가로수길 공실률이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한 부동산컨설팅 업체가 집계한 올해 1분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6대 상권 중 가로수길 공실률이 41.2%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두 곳 중 한 곳이 공실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인데요. 곳곳에 통임대 현수막이 걸려있거나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는 빈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로수길 한복판은 4개 건물이 연달아 비어 있을 정도입니다. 거리에도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 분위기는 썰렁했습니다.

반면, 가로수길 인근은 세로수길은 정반대입니다. 불과 한 블록 떨어져있지만 두 거리 분위기는 대조적입니다. 가로수길이 높은 임대료로 인해 공실 폭탄을 맞은 사이, 가로수길 뒷골목에 불과하던 세로수길은 젊은 층과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서울에 뜨는 상권 중 하나가 됐습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 골목에서 가수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 사진이 걸린 한 화장품 매장의 모습. 이곳은 외국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장소로 유명해졌다. /김서경 기자


■ 제니 사진 앞, 폭우 뒤에도 외국인 관광객 줄 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블랙핑크 제니 초대형 사진이 걸린 화장품 매장 앞에서는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고, 이 건물 맞은편 6층짜리 반려견 동반 매장은 전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신세계 강남점 등 매출 상위권 백화점에만 들어가던 한 프랑스 패션 브랜드는 매장을 열기 위해 3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하고 있습니다.

세로수길은 신사역 8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가로수길 바로 옆 골목입니다. 이곳은 1990년대 후반부터 오렌지족을 끌어모아 패션 성지가 된 가로수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2010년 이후 가로수길과 비슷한 이름인 ‘세로수길’로 불렸습니다. 가로수길에 H&M이나 자라 같은 스파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가 초대형 복층 매장을 연 것과 달리, 규모가 작은 옷 가게나 음식점이 하나 둘 생기면서 현재 모습이 됐습니다.


가로수길과 달리 세로수길에는 최근 매장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빈 가게가 거의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세로수길 유동인구가 제법 늘었다”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관광객들이 유입된 영향으로 새로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 오가는 사람과 차가 없어 도로 끝이 공영주차장으로 바뀌어 있다. /강태민 기자


■ 임대료가 가른 골목길 성패…세로수길 보증금, 가로수길 3분의 1

세로수길이 인기 있는 이유는 저렴한 임대료입니다. 세로수길은 가로수길에서 걸어서 30초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지만, 임대료가 3배 이상 저렴합니다. 애플 맞은편 상가 1층 매물은 전용면적 174m의 경우 보증금 6억원, 월 임대료 2800만원입니다. 세로수길의 상가 1층, 전용 150m을 임차하려면 보증금 2억원, 월세 1350만원을 내면 됩니다. 면적이 비슷한 규모의 매장 임대료를 따져보면 보증금은 1/3, 월세는 1/2 수준입니다. 통임대 건물 월 임대료도 평균 두 배 차이가 납니다.

세로수길이 저렴한 임대료를 내세워 뜨는 상권이 된 사이, 가로수길은 서울 공실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6대 상권 중 가로수길 공실률이 41.2%로 가장 높았습니다. 강남이 20.7%, 청담이 19.1%, 홍대가 14.4% 등으로 뒤를 이었는데요. 가로수길 공실률과는 크게 차이납니다.

공실률이 높은 이유는 역대급 임대료 때문입니다. 가로수길 임대 매물 시세는 청담동 명품거리보다 높습니다. 청담동 대로변 전용 189m 규모 1층 상가 임대료 보증금 2억원, 월세 480만원으로, 가로수길보다 저렴합니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건물주들이 여전히 대기업이 지불하던 높은 임대료 수준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어 공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대료를 조금이라도 낮추면 임차인을 찾을 수 있겠으나, 임대료를 내린다는 건물주를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세로수길 임대료가 정상, 가로수길 임대료가 비정상이다”며 “가로수길 건물주들이 사실상 대기업만 지불할 수 있는 임대료 수준을 여전히 원하고 있어 거리가 텅 비어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골목 한 건물에 '통임대' 광고문이 걸려 있다. /김서경 기자


■ ‘90년대 패션 성지’ 가로수길, 타이틀 되찾을 수 있을까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로수길 침체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가 가로수길 매장을 통해 높은 매출을 거뒀지만, 지금은 온라인에서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분야인 만큼, 뜨는 상권인 한남동이나 성수동으로 상권도 이동했습니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감성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차별화된 콘텐트를 갖추지 못하면서 상권 회복이 더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가로수길 인근에는 세로수길 외에 나로수길과 다로수길도 있습니다. 모두 가로수길과 달리 현지 음식점이나 편집샵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각자 다른 분위기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세로수길과 나로수길, 다로수길에서 바라보는 가로수길은 그저 텅 빈 상가에 불과합니다. 현재로서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 고집하는 가로수길에서 다시 활기를 찾을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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