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삼성동 대첩 벌였던 현대와 삼성, 10년만에 강남역서 사옥 대전

뉴스 박기홍 기자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7.24 07:30

[땅집고] 현대차그룹 핵심 부서 인력이 강남역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사옥이 마주보는 형국이 됐다. 현대차는 강남 오피스를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에 나섰고, 삼성그룹은 6년 전에 팔았던 서초사옥을 다시 품는다. 두 기업은 강남대로를 두고 마주본다. 직선 거리로는 400m가 채 안 된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등,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등 굵직한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삼성동이 강남의 최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국내 굴지의 양대 기업이 강남역에 자리 잡으면서 이 일대 부동산시장이 ‘제2의 부흥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타이거318 스케일타워'. 현대차그룹은 이 건물 지분 50%를 2532억원에 사들였다./강태민 기자



■현대차는 역대 최고가 매입, 삼성그룹도 6년 만에 재매입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강남역 역삼동 ‘타이거318 스케일타워’ 빌딩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해 3월 준공한 신축 건물이다. 강남역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오피스다. 현대차그룹은 이 건물 지분 50%를 2352억원에 사들였다. 평당 5400만원에 인수하면서 서울 오피스 시장 최고가를 경신해 화제가 됐다.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국내사업본부, 제네시스사업본부 등의 부서가 대거 강남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의 첫 강남역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해당 건물을 사옥으로 사용하는 만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땅집고] 현대차그룹이 들어선 타이거318 빌딩과 삼성그룹이 들어선 삼성타운. 삼성그룹은 삼성타운 B동을 1조원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그래픽=이지은 기자



강남업무지구(GBD) 핵심지인 강남역 일대 터줏대감은 삼성그룹이다.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타운 건물은 A~C동으로 이뤄져있다. 삼성타운 A동은 삼성생명, C동은 삼성전자가 소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6년 전에 코람코신탁에 매각한 B동 매입을 추진 중이다. 규모는 지하 7층∼지상 32층, 연면적 8만1117㎡(약2만4538평) 규모다.

삼성타운 B동은 코람코신탁이 2018년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설립해 삼성물산으로부터 7484억원에 매입한 건물이다. 현재 삼성화재가 코람코신탁으로부터 빌려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각은 했지만 삼성그룹이 그간 이 건물을 사용해왔다. 현재 해당 건물에 삼성화재 상주 인원만 1000여명에 달한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타운./삼성전자



코람코신탁은 약 6년 만에 자금 회수에 나섰는데 인수 의지를 보인 여러 대기업 가운데 삼성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삼성SRA자산운용이 이번에 제시한 인수 희망가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전해졌다. 3.3㎡당 4000만원대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코람코신탁은 3000억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프라임급 오피스를 대상으로 기업들이 사옥 목적으로 가격을 높게 써서 매입한 사례가 최근에 꽤 있다”며 “현대와 삼성이 강남역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벌써 퍼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고 했다.

■삼성·현대, 수조원 쟁탈전 벌인 삼성동은 흐지부지…10년 만에 강남역으로

2014년 삼성과 현대차는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 한전이 전남 나주로 이사를 가면서 강남 한복판 마지막 노른자 땅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한전 부지는 대지면적 약 7만9341㎡로 당시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2조4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삼성전자가 입찰한 금액은 이보다 두 배가 더 높았다. 5조원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무려 10조5500억원을 써냈다. 감정가보다 3배가 넘는 입찰가에 현대차 주주를 비롯해 외신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사옥에 이런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실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삼성동 10조짜리 땅은 10년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 2020년 착공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시공 가장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GBC사업은 2026년 완공 목표였다. 그러나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의 갈등으로 삽도 제대로 못 떴다.

GBC개발이 초기 공정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현대와 삼성 기업은 10여년이 지나 강남역에 자리 잡게 됐다. 강남업무지구(GBD) 핵심축이 강남역에서 삼성역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재계 서열 최상위권을 다투는 두 기업이 ‘강남역’에 터를 잡으면서 강남권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빌딩을 1조원 대 매입을 앞두고 있고, 현대차도 평당 최고가에 건물을 사들인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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