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거래량이 7000건에 육박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 경기도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사들의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대규모 아파트 미분양 물량과 비주택 부문 공사대금이 회수되지 않아 실적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원가상승 이중고까지 겹치면서 재무 부담이 늘고, 신규 주택 사업 수주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주택 시장 경기가 회복되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건설사들이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GS·신세계·KCC건설, 신용등급 줄하향…‘지방 미분양’ 물량 실적 발목 잡아

22일 한국신용평가는 올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GS건설, 신세계건설, KCC건설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가 점진적으로 반등하는 반면, 지방은 최근까지도 하락세가 지속했다”며 “지방 분양시장은 2024년 1분기 들어 5대 광역시 및 세종시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 분양률이 크게 하락하고 미분양 주택수도 증가하는 등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방 미분양 물량으로 고생하고 있는 신세계건설과 KCC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치가 낮아졌다.

신세계건설은 A2에서 A2-로 신용등급이 하향됐다. 공사원가 상승 및 미분양 관련 손실로 인한 대규모 영업적자, 대구 등 지방 주택 사업장의 분양 실적 부진과 확대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우발채무 위험 등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세계건설은 올 초 계열사 합병, 레저부문 매각, 모회사 신용보강 등 계열 차원의 재무적 지원 방안이 구체화해 회사채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받았다.

KCC건설은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대구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을 포함한 지방 주택현장의 분양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외부차입 및 PF우발채무 부담이 확대된 것이 문제였다.

한신평은 “건설사들의 공사원가 상승과 수익성 부진으로 분 양가 인하 여력 또한 제한적인 상황으로 분양경기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주택 시장 열기, 퍼지지 않는다…대형사도 2분기 실적 악화일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건설사조차도 올 2분기 실적 전망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신평은 GS건설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내렸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현장 사고에 대한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 결정으로 사업 및 재무적 변동성이 지속되며 대규모 손실로 재무 부담이 크게 증가한 점이 등급 하향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7000억원, 1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42.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IBK투자증권은 DL이앤시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3.8% 늘어난 2조원, 영업이익은 0.7% 증가한 725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인 814억원을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9일 대형 건설사들 중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공시한 현대건설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461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대비 31.2%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73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4.1% 줄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전 정부에서 도심 개발을 규제하는 정책을 쓴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수도권에는 약 10년치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수도권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당장 새 주택을 지어 공급하기에는 건설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서울 집값 오름세가 건설사들의 실적으로 연결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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