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생숙 사기 분양 소송중인 롯데건설, 이번엔 '대출 폭탄' 맞나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7.19 07:30
[땅집고]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짓고 있는 '롯데캐슬르웨스트'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이 단지는 2024년 8월 말 준공 예정이다. /김서경 기자


[땅집고] 올 8월 말 준공인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생활형숙박시설(생숙) ‘롯데캐슬 르웨스트’에서 잔금 납부 대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준공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나, 아직 이 건물에 대해 잔금 대출 은행과 금리, 한도 등을 정하지 못했다. 정부가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밝힌 뒤 은행권은 생숙 담보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계약자가 잔금을 미납하면 시행사와 시공사는 계약자들의 잔금과 중도금 미납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계약자들이 부담해야 할 분양대금 중 60%인 약 7800억원 종착지는 롯데건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롯데건설이 불과 1년 만에 수천억원 빚 폭탄을 안을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땅집고] 롯데건설이 공급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르웨스트' 총 분양대금 및 계약금, 중도금, 잔금 비중. 계약자들이 낸 10%, 1~6차 대출 실행된 중도금 60%, 납부해야 할 잔금 30%로 구성되어 있다. /김서경 기자


■ 생숙 계약자 “차라리 개인 파산”…부담은 시행사·시공사 몫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 8월 입주인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잔금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대출 가능하다는 금융사와 협의 중”이라며 “대출한도와 관련해서는 감정평가 등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고 했다.

이 단지와 관련해 사업 시행사 ‘마곡마이스PFV’가 일으킨 1~6차 중도금 대출금은 총 7849억4640만원이다. 분양 계약자에게 받은 계약금 154억3500만원을 포함해 시행사가 그간 확보한 금액은 총 7864억8990만원이다.

계약자들의 잔금 대출이 막히면 이 대출금을 시행사가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마곡마이스PFV’는 생숙 중도금 대출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다. 지급보증은 채무자가 빚 상환을 하지 못할 때 시행사가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계약이다. 마곡마이스PFV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단지 관련 대출금액은 6081억4430만원, 보증금액은 7297억7316만원이다.

이 단지 계약자 상당수는 대출이 안되면 잔금 납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계약자 송민경씨는 “카드론까지 손대서 수억원을 빌려 생숙 잔금을 내더라도 주거용으로 쓸 경우 매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며 “계약금 수억원을 포기하고 ‘개인파산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이들이 많다”고 했다.

[땅집고] 롯데캐슬 르웨스트 등 마곡 마이스 사업의 시행사 '마곡PFV' 주주 구성 현황. 최대 주주는 롯데건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행사의 대출금 상환 부담은 롯데건설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마곡마이스PFV는 롯데건설에 공사비를 제대로 주기 어렵다. 게다가 마곡마이스PFV는 롯데건설이 SD AMC, 다원디자인, 메리츠증권, 대저건설 등과 함께 만든 회사다. 롯데건설은 올 3월 기준 시행사 ‘마곡마이스PFV’ 지분 2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마곡마이스PFV는 사업비 약 2조5000억원을 들여 초대형 복합단지를 짓는 ‘마곡마이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고 15층 총 876호실 규모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이 사업의 일환이다. 전용 111㎡ 최고 분양가는 20억9400만원이다. 분양 당시 최고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땅집고]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22%에서 2022년 말 264%로 2배 이상 늘어났다가 점차 내려오고 있다. 올 3월 기준 215%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


■ 롯데건설, ‘생숙 폭탄’ 직격타 맞나

업계에서는 시행사와 건설사, 금융권이 연쇄 타격을 입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계약자에서 시행사로 넘어온 중도금·잔금을 대위변제한 뒤 공매를 통해 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워낙 고분양가 생숙이라서 제값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어 “결국 돈을 빌린 롯데건설과 빌려준 은행 모두 손실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롯데건설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지 1년 만에 다시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롯데건설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 경색된 영향으로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등 그룹 관계자 지원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2021년 말 109% 불과하던 롯데건설 부채비율은 불과 1년 만인 2022년 말에는 264%까지 치솟았다. 올 3월 215%로 집계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5일 롯데건설 신용평가 등급 A+라고 평가하면서도 전망을 BBB로 제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우발채무 부담으로 재무 안정성의 저하가 전망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주택 및 분양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PF우발채무 관련 부담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는 의견을 냈다.

[땅집고] 롯데건설 주택 브랜드 '롯데캐슬' 브랜드 이미지. /롯데건설


■ 1군 건설사마저…수천억원 대출 폭탄의 발단

생숙 잔금 대출이 어려운 배경에는 국토교통부 규제가 있다. 국토부는 생숙을 오피스텔로 바꾸지 않고 주거시설로 쓸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했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려면 복도 폭과 주차 칸 등 건축 기준울 충족해야 한다. 이곳은 ‘마곡지구단위계획’에서 오피스텔을 허용하는 절차도 밟아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생숙을 숙박시설로 규정한 이후, 은행은 숙박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대출을 내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계약자들이 주거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만큼, 데이터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준공 이후로도 대출 은행을 구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소송에도 얽혀있다. 계약자 416명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사기 분양 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최근에는 100여명이 같은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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