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캠퍼스에 짓는 '실버타운'…입주자는 평생교육 받고, 학교는 돈 벌고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7.16 07:30
[땅집고] 부산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동명대학교 전경. 동명대는 정문 주변에 600여 채 규모 실버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동명대 홈페이지


[땅집고] 고령인구가 많은 도심을 중심으로 시니어타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도심에서 교육과 주거를 결합한 노인주거시설이 등장할 전망이다. 인구가 줄면서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광주 금남로와 부산 해운대 등 지방 중심지에서는 학교부지를 고령자를 위한 교육·주거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고령사회 대비 시설로 ‘대학 연계형 은퇴자 마을’인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가 활성화돼 있다. 시니어타운 입주자에게 수업료를 받고 문학이나 역사, IT관련 수업을 제공하는 형태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 대학과 시니어타운을 연계하려는 바람이 잠시 불었던 이후 20여년 간 맥이 끊겼지만, 최근 다시 비슷한 기류가 일고 있다.

[땅집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가 운영하는 UBRC(대학 연계형 은퇴자 커뮤니티) 시설인 '오크 해먹' 관련 이미지. /oakhammock


■ 학생 수 감소·고령자 주택 부족…두 마리 토끼 잡는 ‘UBRC’

최근 교육업계에서는 학생 수 감소 문제를 겪는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 지방의 경제, 보건의료, 복지, 노동 분야 등의 산적한 문제를 해소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UBRC는 교육과 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 대학은 학생 수가 줄면서 재정난에 처할 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수 25만명·대학입학정원 47만명(2022년 기준)’이 유지될 경우, 2040년 초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이 UBRC를 도입해 시니어 계층을 통해 새로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은퇴한 시니어의 경우 어학 등 평생교육이나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땅집고] 광주 조선대학교 국제관 이미지. /조선대 홈페이지


일부 지방 대학은 이미 UBRC 사업을 준비 중이다. 광주 조선대와 부산 동명대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학교 터에 교육 및 의료 시스템을 접목한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명대는 입주 은퇴자의 자유로운 대학 출입과 원활한 캠퍼스 시설 활용을 위해 정문 주변에 600여 채 규모 실버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조선대는 조선대병원 인근에 700여 채 규모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학교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실버타운 필수 조건인 ‘도심 접근성’도 갖췄다. 조선대는 광주 최고 번화가로 평가받는 금남로 일대에 있다. 동명대 역시 해운대까지 거리가 직선거리 5㎞에 불과하다.

[땅집고] 미국 UBRC 도입 대학의 실버타운 형태 및 제공 교육 프로그램. /김서경 기자


■ “라떼는 말이야, 2차 대전이 열렸어”…대학 수업에 참여하는 UBRC

UBRC는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나타나면서 등장했다. 현재 가장 활성화된 국가는 미국이다. 1990년대 처음 등장한 이후 스탠퍼드대와 노트르댐, 듀크, 코넬 등 지난 30년간 100여 개 학교(2018 기준)가 UBRC를 도입했다.

라셀대학의 ‘라셀 빌리지’는 입주자에게 1년 간 450시간의 학습과 피트니스 활동 시간을 제공한다. 입주자들은 강의 수 외에도 역사 관련 수업에서 자신이 경험한 2차 대전 경험을 생생하게 전하는 방식으로 강의에 참여한다.

플로리다 대학은 오크 해먹 캠퍼스의 ‘은퇴자 커뮤니티(ILA· Institute for Learning in Retirement)와 제휴를 맺고, 기후·사회 관련 교육을 제공한다. 일본 간사이대학은 ‘앙크라쥬 미카게’라는 대학연계형 시니어주택을 만들었다. 입주자는 대학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한 때 UBRC 바람이 불었다. 명지대는 2006년 국내 최초로 대학과 시니어타운을 연계한 노인복지주택 ‘엘펜하임’을 지었다. 건국대는 2009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 고급 시니어타운 ‘더클래식500’을 선보였다. 그러나 두 시설은 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형태는 아니다. 게다가 엘펜하임의 경우 소송이 불거지면서 수년 전 운영을 중단했다.

[땅집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가 운영하는 UBRC(대학 연계형 은퇴자 커뮤니티) 시설인 '오크 해먹' 관련 이미지. /oakhammock


■ UBRC, ‘노동력 급감’ 문제 해결할 묘안

UBRC는 한국의 교육·노인 주거 문제 뿐 아니라 노동 문제까지 해결 대책으로도 평가받는다. 한국 노동시장은 1·2차 베이비부머(1955년~1974년) 은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동력을 잃을 처지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지난해 1%대로 떨어진 국내 경제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는 0.7%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UBRC는 은퇴자를 다시 재취업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마중물’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에서는 베이비부머를 다시 재취업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기업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올 8월부터 전 직종에서 시니어 직원을 70세까지 재고용한다.

[땅집고] 1965~2065년 생산가능인구 추이. /김서경 기자


재취업 교육 기회를 제공할 경우 UBRC 수요는 높을 전망이다. 2차 베이비부머 은퇴 다가오는 가운데 이들 중 대다수는 정년퇴직 후 재취업을 희망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0%는 재취업을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은퇴자 교육을 진행하는 교육 기관은 중소기업 기술연수원이나 폴리텍대학 등 일부에 불과하다.

노인주거시설 역시 수요 대비 공급이 매우 적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복지주택(실버 레지던스)은 2018년 35개에서 2023년 38개로, 5년간 고작 3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고령인구는 급증했다. 2020년 7.2%에 불과하던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8년 2배로 늘었다. 1년 뒤엔 20%를 넘을 전망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김이진 전 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시니어타운 개발과 운영 수지 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서울시 초대 유니버셜디자인센터장을 지낸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는 어르신의 사용성을 극대화한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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