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SH 사장 "나도 반지하 침수 피해자"…2년 만에 서울 반지하 3000여가구 없앴다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7.12 14:21 수정 2024.07.12 14:40

[땅집고] 2022년 8월 침수 피해를 겪었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단독주택. 현재 SH가 이 주택 반지하를 모두 매입하고 기존 세입자를 지상 주택으로 이주시켰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이렇게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반지하 주택을 사서 관리해주니까, 집 같지도 않은 반지하에서 고통받던 서울시민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도 30년 전 송파구 반지하에서 침수 피해를 겪은 적이 있어서 그 고통을 잘 알거든요. 나중에 재개발되면 SH도 소유주로서 이득을 볼 수 있니까 좋죠. 매입한 반지하는 지자체가 리모델링해서 자체 시설로 활용하기도 하고요.”(김헌동 SH 사장)

지난 12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지상 2층, 총 6가구 규모인데 1993년 준공해 올해로 30년이 넘어 노후도가 심각하다. 이 중 반지하인 3개 가구가 서울에 폭우가 내렸던 2022년 8월 침수 피해를 겪었다. SH는 이 주택 반지하를 가구당 평균 3억원에 매입한 뒤, 올해 4월 세입자를 환경이 더 나은 집으로 이동시켰다.

[땅집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단독주택 내부 모습. /이지은 기자


이 집으로부터 도보 5분여 거리에 1990년 입주한 단독주택 내 반지하 3가구도 SH가 사들였다. SH는 이 반지하를 관악구에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관악구 일대 노후주택가에 침수 피해가 잦은 점을 고려해, 이 집을 평소에는 각종 수방시설을 보관·대여하는 사무실로 운영하다가 침수 피해가 발생할 때는 주민들이 임시 대할 수 있는 장소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SH, 서울 반지하 3000가구 없앴다…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하는 사례도

SH는 지난 2년여 동안 이 같은 방식으로 반지하 3000여가구를 매입해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을 점진적으로 소멸시키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SH의 반지하 매입 사업은 2022년 8월 폭우로 비교적 지대가 낮은 관악구 등에 있던 반지하 주택이 침수된 이후 시작됐다. 서울에 최소한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한 ‘집 다운 집’이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반지하 소멸에 나선 것.

[땅집고] SH의 연도별 반지하 주택 매입 실적. /SH


그동안 SH는 침수우려지역에서 매입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뒤, 반지하 매입에 대한 접수를 상시로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6684억원을 들여 2080가구, 올해에는 1425억원으로 638가구를 매입했다. 최근 2년간 매입 실적을 합하면 총 2718가구에 달한다.

SH는 2012년 이전부터 보유해 임대주택으로 쓰던 반지하주택도 주거 외 용도로 전환하고 있다. 반지하 거주민들을 지상층 주택으로 이주시키는 ‘주거 상향’을 진행하면서다. 지금까지 전체의 91.6%인 653가구를 폐쇄 조치했고, 나머지 60가구에 대한 주거 상향도 진행 중이다.

이준용 SH 주거환경개선차장은 “현재 남아있는 60가구 중에서도 26가구는 지상 이주를 진행 중”이라면서 “나머지 34가구의 경우 지하에 묻혀 있는 비율이 적어 거의 1층이나 다름 없는 집이 대부분이라 기존 입주자들이 굳이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그럼에도 SH가 지상 이주를 독려하고 있다”라고 했다.

[땅집고] SH가 매입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단독주택이 리모델링을 거쳐 침수 피해 임시대피소로 탈바꿈 한 모습. /이지은 기자


[땅집고] SH가 매입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단독주택이 리모델링을 거쳐 방수시설 보관 창고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 /이지은 기자


현재 SH가 매입한 반지하 주택 대부분은 공실로 남아 있다. 향후 해당 지역 정비사업이 이뤄질 경우 SH도 소유주로서 조합에 주택 매도를 청구해 현금을 받거나, 새아파트를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이익은 SH가 서울시민에게 다시 새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선순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지나 내부 상태가 괜찮은 반지하라면 지자체에 무상으로 임대해 지역 특성을 살린 커뮤니티 시설이나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내부 리모델링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통상 1000만~2000만원 정도로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라고 전해진다.

현재 은평·구로·양천·성북·도봉·관악구에서 총 24가구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구로구에선 리모델링을 마친 반지하를 주민사랑방이나 어르신 일자리 지원·교육 공간, IT관련 청년 프로젝트 실험실 등으로 쓰고 있다. 침수 피해가 잦은 관악구에선 수방자재 대여공간 및 임시대피소로 운영한다.

SH는 올해에도 반지하 주택을 적극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목표 매입량은 2351가구(커뮤니티 활용 50가구 포함)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미 638가구에 대한 매입을 완료해 목표의 27%를 달성 중이다.

■반지하 평균 3억에 매입하는데…철거시 지원받은 국비 1.8억 반납해야

SH가 반지하를 매입하는 데 드는 평균 가격은 약 3억원 정도다. 이 중 1억8000만원은 매입임대보조금 명목으로 국비 지원받고, 나머지 1억2000만원은 서울시와 SH가 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땅집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단독주택 내 반지하 주택 앞에서 김헌동 SH 공사 사장이 반지하 소멸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문제는 반지하 매입 과정에서 SH가 지원받은 국비의 경우 추후 반지하가 철거된다면 정부에 다시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는 것. 더군다나 매입임대보조금과 임대보증금이 모두 부채로 계상되는 바람에 SH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SH는 이 점이 반지하 주택 매입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 SH가 반지하를 매입하면서 불어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적지 않아, 세금 경감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헌동 SH 사장은 "앞으로도 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 점진적 소멸' 방침에 따라 반지하 주택을 지속 매입하는 한편, 매입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을 건의하겠다"며 "주거 상향과 재해 예방시설 설치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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