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요즘 아파트 화장실은 '뒷간'…1평만 넓혀도 펜트하우스 욕실"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7.11 07:30
[땅집고]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욕실. /새턴바스


[땅집고] “화장실은 배설을, 욕실은 휴식과 세신(洗身)을 하는 곳이죠. 목적이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화장실은 ‘뒷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욕실다운 욕실’은 펜트하우스에 가야만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돈을 들여서라도 집집마다 펜트하우스 욕실을 만들어야 합니다.”(정인환 새턴바스 대표)

서울 강남구 도곡동 A아파트 전용 114㎡와 서울 강북구 미아동 B아파트 전용 84㎡는 주택 면적은 다르지만 메인 화장실은 가로 1.8m, 세로 3m로 똑같다. 최근 3.3 ㎡(1평)당 분양가로 1억원을 책정해 화제가 됐던 한강변 최고급 아파트 화장실도 예외가 아니다.

[땅집고]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는 "요즘 화장실은 사실상 뒷간일뿐 제대로 된 욕실은 없다"고 했다. /새턴바스


국내 1위 욕조 제조 기업인 새턴바스 정인환 대표는 “아파트 평면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지만 수십년 째 제자리 걸음인 공간이 있는데, 바로 화장실”이라며 “40여년 간 전국에 지은 아파트 화장실 크기는 거의 똑같다”고 했다. 화장실은 혼자서 배설과 세신만 하는 공간이어서 여러 명이 이용하는 거실이나 주방처럼 굳이 넓을 필요가 없다고 본 것. 수십년간 이른바 ‘화장실 일원화’가 나타난 이유다.

최근 업계에선 30년 간 한결 같은 모습을 유지한 화장실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대표는 “30년 전 변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화장실 문화가 생겼듯, 앞으로는 새로운 욕실 문화가 나와야 한다”며 “달라지는 인구 구조로 인해 욕실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를 만나 욕실 문화가 달라질 수 있을지 들어봤다.

[땅집고] 욕실 문 잠김 방지를 위해 슬라이딩도어(왼쪽)를 설치하고 휠체어 이동 동선을 확보한 욕실. /새턴바스


-화장실에 욕조를 두면 욕실아닌가.

“아니다. 욕실과 화장실은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욕실이 휴식과 세신이라는 제 기능을 하려면 아파트 메인 화장실을 욕실로 개조해야 한다. 가로, 세로 길이를 각각 1m만 넓혀도 욕실다운 욕실을 만들 수 있다. 세면대를 파우더룸으로 옮기고, 기존 화장실에는 욕조를 배치하면 된다. 변기는 세면대와 가까운 게 좋다.

제대로 된 욕실은 50평대 아파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펜트하우스라면 모를까. 욕실 면적을 1평만 더 늘리면 어디서든 펜트하우스급 욕실을 누린다는 말이다. 사소한 것으로 아파트 가치를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세면대를 파우더룸으로 옮기면 욕조 옆 공간이 넓어져 휠체어로도 접근 가능하다.”

[땅집고] 일반 아파트 안방 화장실 평면(왼쪽)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욕실 평면(오른쪽)으로 개조한 모습. /새턴바스


-집 안에 공간이 부족할 것 같다.

“당장은 그럴지도 모른다. 수년 내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대부분 아파트 평면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4인 가족에 맞춰 설계했다. 하지만 1~2인 가구가 급증해 앞으로는 방이 남을 것이다. 안 쓰는 방의 면적을 욕실 면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주방이 과거보다 넓어진 것처럼 문화가 달라지면 가능한 일이다. 부뚜막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1차 혁명이 일어났고,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커다란 식탁을 놓거나 인테리어에 신경쓰는 2차 혁명이 진행됐다. 집이 넓어져서 주방이 커진 게 아니다.”

[땅집고] 경남 남해군에 위치한 최고급 골프 리조트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내 객실에 놓인 새턴바스 욕조. /새턴바스


-욕실 문화 달라질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언제부턴가 커다란 호텔 욕조에 몸을 담그고 휴식하는 ‘호캉스’(호텔+바캉스)가 생겨났다. 멋진 뷰를 보면서 몸을 담그는 경험을 집에서는 누릴 수 없으니 나타난 문화다. 사람들은 여전히 욕조 문화를 좋아한다.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하다 말고 부력과 부피 측정 방법을 발견해 “유레카(알았다·Eureka)”를 외쳤지 않나. 욕조는 휴식 뿐 아니라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욕실은 시니어 주거 트렌드 중 하나인 AIP(aging in place·집에서 나이들기)와도 부합한다. 노인 인구 1000만명을 모두 실버타운과 요양원, 요양병원에 모실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사회가 욕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김이진 전 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시니어타운 개발과 운영 수지 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서울시 초대 유니버셜디자인센터장을 지낸 최령 컨설팅랩이엘 대표는 어르신의 사용성을 극대화한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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