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집값 광풍이 불었던 2021년 수준으로 빨라지고, 서울 아파트 전세금도 급등하자 정부가 전세 대출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오는 9월쯤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방안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때 DSR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부터는 주택매매시 스트레스DSR 적용도 강화해,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로 갈아타기도 어려울 전망이어서 업계에서는 서민 주거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 불어난 가계대출, 전세금 상승에…금융당국 “전세 대출제도 손질”
DSR은 차주의 연소득에서 대출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 대부분의 대책에 DSR 규제가 적용되지만, 전세대출은 예외로 DSR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을 받는 경우엔 전세대출 이자가 DSR에 포함되지만 다른 대출을 받은 사람이 전세대출을 추가로 받으면 원금과 이자 모두 DSR 산정시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세대출까지 규제를 강화했다가 자칫 서민·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뒤흔들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우려 때문이다. 올초 전세대출 DSR 적용 추진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적용 여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당시 “DSR 규제를 전세자금에 급격하게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어려운 국민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추이를 봐가면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 1년간 고공행진해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차주의 상환 능력 내 대출 관행’이 엄격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여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4조4000억원 증가해 지난 3개월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만 14조원에 달했다. 이 중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6조3000억원 늘어나 증가 폭이 컸다. 총 가계대출은 1115조 5000억원 규모였다.
■ “모든 사람이 아파트 구입할 수 없는데…서민 주거불안 가중될 것”
하지만 DSR을 적용할 경우, 시장 혼란도 예상이 된다. 이자에만 적용하는 등 도입 강도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되지만, 이 경우 가계대출 감소 효과가 떨어져 금융당국이 DSR 제도를 어떻게 운용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유주택자의 경우 직장 출퇴근 등의 사정상 내 집은 세를 주고, 전셋집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도 많아 반발이 예상된다. DSR 한도를 초과해 기존 대출을 받은 경우 전세대출 연장이 안 될 수 있다. 현재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전세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 주거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9월부터는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을 받는 것도 만만찮다.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에 따른 가산금리 상승 때문이다. 연봉이 8000만원인 근로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40년 만기로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을 받는 경우 6억4500만원에서 9월부턴 6억1200만원으로 축소된다. 내년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5억9000만원까지 한도가 감소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평균 12억원에 달하는 서울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직장 출퇴근을 위해 비아파트나 전셋집 등에 형태로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데, 갑자기 대출을 막아버리면 큰 혼란이 올 수 있어 시행하더라도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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