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재건축 조합원들이 호구입니까? 하다하다 노숙자 샤워장까지 지어달라니…”
최근 서울 강남권 핵심 재건축 아파트 내 기부채납 공원에 ‘노숙자 샤워장’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결론났지만, 그동안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기부채납으로 떠안아야 할 혐오시설이 여럿 언급되온 터라 마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반포 1·2·4주구(재건축 후 ‘디에이치 클래스트’)와 3주구(래미안 트리니원), 신반포2차 조합은 서초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정비사업 진행 시 기부채납 공원에 화장실 및 노숙자 샤워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받았다.
현재 서울시는 복지 차원에서 서울역·시청·영등포·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노숙인에게 무료 급식과 취침, 샤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10곳 정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을 강남 아파트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기부채납으로 조성하는 공원부지 안에 추가로 지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
기부채납이란 개발 사업자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일부 부지에 공공시설을 지어 국가나 지자체에 무상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조합이 지자체로부터 용적률·건폐율·층수 등 규제를 완화받아 아파트를 짓는다면 기부채납 규모가 커지기도 한다.
노숙자 샤워시설 요구에 조합원 시선은 곱지 않다. 다행히(?) 서초구청이 보낸 공문은 민원이 접수됐음을 알리는 취지에 불과해, 조합이 노숙자 샤워장을 지어야 할 의무는 없다.
지난달 26일 진성수 서초구청장은 해당 민원에 대해 “공원은 법적으로 지정된 장소 외 야영 행위가 금지돼 있다”며 “공원 내 노숙은 금지행위에 해당하며, 샤워시설 설치 또한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다만 공원 이용객 편의를 위해 화장실 설치는 검토 중”이라며 “화장실 내 샤워 행위나 다른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관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내 노숙자 샤워장 문제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동안 조합원이 기피하는 기부채납 시설 설치를 두고 지자체와 조합 간 이견이 벌어지는 사례가 수두룩했다.
이른바 ‘노치원’(노인과 유치원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데이케어센터가 대표적. 서울시가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구하면서 조합원 반대에 부딪힌 것. 조합원들은 노인요양시설이 외부 개방 시설인 만큼 단지 내 외부인 출입이 잦아 꺼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압구정3구역도 서울시로부터 한강 보행교를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합 측은 사업비로 2500억원, 조경 비용으로 600억원을 합해 총 310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비용도 문제지만 단지 인근 보행교를 오가는 유동인구 때문에 주거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
기부채납 시설 비용 때문에 재건축 사업비가 증가하고, 이는 일반분양가 상승을 부르면서 결국 수분양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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