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은 집값 상승, 건설 경기는 침체…주택 스태그플레이션에 정책 딜레마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4.07.08 13:45 수정 2024.07.08 15:19
[땅집고]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땅집고]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며 부동산 시장이 일부 회복하고 있으나, 건설 경기는 먹구름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여러 악재가 누적돼 당분간 건설 경기는 좋아지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사황에 대해 주택 시장 일부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도 공급은 줄어드는 일종의 주택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이 때는 정부의 전통적인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

■ 대형은 긴축경영ㆍ중소는 폐업까지, 허리띠 졸라매는 건설사들…하반기 전망도 ‘암울’

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불황이 이어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직급 수당 삭감, 희망퇴직, 구조조정 등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이 정도 수준에서 버티는 상황이지만, 규모가 작은 곳은 아예 폐업을 밟은 곳도 많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건설사는 전국 240곳에 달한다. 약 10년 전 부동산 불경기가 심각했던 2011년 1~5월 26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앞으로의 전망도 부정적인 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측은 올해 고금리가 이어지고, 하반기에도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건설사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2022년부터 주거용 비주거용 건축공사 착공이 모두 감소한 터라 건설 투자가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올해 3분기 건설시장은 선행지표 부진과 부동산 PF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 “건설경기, PF 문제 해결해야 뚫린다…이대론 주택공급 부족 불 보듯 뻔해”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위축은 주택 공급 부족 문제와 직결된다고 분석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주택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PF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신축 아파트도 착공을 못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고 교수는 “전국적으로 7만여 가구 정도인 미분양 물량부터 해소하는데,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통해 PF시장을 구제하는 안이 있다”며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지만, CR리츠가 손해를 볼 위험성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심리가 회복하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긴 하지만, 건설 경기 자체에 큰 영향을 주긴 힘들다”며 “실제로 건설사의 피를 돌게 하기 위해서는 민간 개발사업이 살아나야 하는데, 지금 민간 개발사업은 씨가 말라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 등으로 주택 분야를 축소해 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땅집고] 전국 각 연도별 1분기 아파트 착공 실적.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당장 착공은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분석한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 규모는 총3만7793가구로, 지난해 같은기간(4만6128가구)보다 18% 감소했다.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역대 1분기 중 두 번째로 작은 규모다.

통상 착공부터 입주까지 3년가량이 걸린다. 때문에 다음 전세 계약 때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이 심해진다는 예상이 나온다. 칙공 전 단계인 인허가 건수도 올 들어 5월까지 11만여 가구로 약 22% 감소한 상태다. 착공 물량 감소는 수년 후 주택 시장에 공급 물량 감소로 이어진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세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확대 하자니 집값 자극, 집값 규제하지니 공급감소

정부는 작년과 연초만해도 연일 규제완화와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정책 스탠스를 취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 부동산 호황기 때인 2020년, 2021년에만 해도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는 침체기인 와중에 서울 핵심지 급반등과 기타 지역 침체가 혼재한 극심한 양극화 상태다. 규제나 완화 정책 둘 다 펼치기 어려운 이유다.

저출생ㆍ인구 쏠림 등의 여파로 서울과 지방 사람들이 모두 서울 상급지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은 10개월 만에 외지인들의 아파트 원정 투자가 1000건을 회복한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늘고 신축 아파트 입주율이 떨어지는 등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매입자 4840명 중 1061명은 서울 외 거주자다. 지난해 6월 1180명을 기록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공급을 활성해야 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 고금리 여파에 따라 부동산 PF 자금 경색으로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공사가 중단ㆍ지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공주택의 경우, 주무부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사비 증가와 미분양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공급 활성화와 지방 미분양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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