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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사업 걷어찬 경기도 미스터리…김동연은 왜 '일산의 꿈' 날렸나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7.03 07:30

30조 파급효과 ‘라이브시티’ 포기한 경기도에 주민 분노
주민들 “도지사 뽑아줬더니 뒤통수 날렸다”
전력문제 등 수수방관하다 지체보상금 타령만
경기도 “공공개발 구체적 계획 아직 마련 못해”

[땅집고] “김동연 지사 SNS에 가서 (항의)글 남겼습니다. 욕이 절로 나네요. 잠이 오질 않습니다.”, “뽑아줬더니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어요.” “고양시에 역대급 테러를 날렸네요. 왜 고양시만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가요.”

[땅집고] CJ라이브시티 완공 후 예상모습. /CJ라이브시티


경기 북부 지역의 최대 규모 업무복합시설 개발 사업인 고양시 ‘K-컬처밸리’(CJ라이브시티) 사업이 수포로 돌아간 배경을 놓고, 주민들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자리 유치가 번번이 무산돼 반쪽짜리 신도시로 평가받는 일산 신도시에 모처럼 민간 기업이 조단위 투자를 하겠다며 고군분투했는데, 경기도가 중앙 정부의 중재안조차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발 사업을 걷어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여긴 영영 베드타운이네" CJ라이브시티 무산에 고양시민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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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 측에 따르면 고양시에 아레나 건설등 개발을 통한 경제적인 기대효과가 30조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CJ측이 개발 사업에 들인 매몰 비용만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도는 공공주도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계획이 나온 단계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 고양시 주민들, “국토부가 도와준다는데 걷어차…9년간 사업 표류, 경기도는 뭘했나”

K-컬처밸리 사업은 2006년 한류우드 개발로 시작해 우여곡절을 겪다 2015년 CJ라이브시티가 시행을 맡으며 개발이 본격화했다.

CJ는 약 2조원을 들여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로 지하 1층~지상 5층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전문 공연장(연면적 11만836㎡)과 상업·숙박·업무·관광시설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다. 당초 완공 시점은 올해였다. 하지만 장장 18년 동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며 표류한 셈이다.

[땅집고] CJ라이브시티 개발 무산 소식에 지난 1일 경기도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경기도청원게시판


지난 1일 김현곤 경기도부지사는 “도의 지원과 노력에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공정률은 총 사업비 대비 3%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완공 지연 책임을 CJ측에 물었다. 하지만 고양시 및 경기 주민들은 경기도에도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CJ라이브시티는 2015년 경기도가 공모형 건설투자사업(PF)을 재추진해 시작한 것으로 초기 사업 모델은 전통적인 한국 문화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이었다. 하지만 CJ측은 K팝 콘텐츠 산업의 급격한 성장 등을 반영해 ‘문화콘텐츠 복합단지’로 사업 계획을 변경했다. 경기도 역시 대형 K-팝 아레나 등을 도입하는 사업 계획 필요성에 공감해 사업기간 연장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경기도가 사업 계획 변경을 승인한 것과 별개로 완공 기한 연장은 허가하지 않은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시행사가 사업 완공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인허가 당국은 시행사에 지체 보상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CJ라이브시티는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 중 상당 부분 외부 변수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공사가 시작된 후 ▲2023년 2월 한국전력공사가 CJ라이브시티 내 공연장 부지(T2)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T1·A·C) 개발에 필요한 대용량 전력공급이 2028년까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엎친 데 덮친 겪으로 ▲사업 부지를 가로지르는 한류천의 수질 개선 사업도 공법이 변경되면서 준공 일정이 2028년 말 이후로 지연됐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과 고금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건축비 인상 등이 겹쳐 건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작년에는 재무 상태가 악화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급기야 작년 4월 공사를 일시 중지하고 시공사와도 협상에 나섰다.

작년말 CJ라이브시티는 국토교통부의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CJ측의 요구를 감안한 중재안까지 나왔으나 경기도는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았다. PF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경기도는 “특별한 사유 없이 공사를 중단해 그동안 사업 지속 방안을 협의해 왔지만 지체상금 감면 등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했다”며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특혜·배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

■ K-컬처밸리 공공주도 개발한다는 경기도 “아직 구체적 계획 없어”

[땅집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뉴스1


업계에선 애당초 경기도가 사업 변경에 따른 공사 기간까지 고려해 계획변경 승인을 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경기도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변경할 때 완공기한 연장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추후 지체보상금이 너무 많이 나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송으로 해결한다고 CJ측과 계약하고 도장을 찍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민간사업을 종료하고 공공주도로 해당 부지를 개발하겠다고 한 것 역시 뚜렷한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기존 개발 방향의 취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되, 여러 의견을 고려해 다른 방향을 도입할 수도 있다”며 “주민이 우려하는 주택 개발 등은 고양시의 허가가 필요한 사안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양시의 한 주민은 “민간 기업이 열의를 보이며 사업을 추진하는 것조차 가로막는 경기도가 무슨 능력으로 공공주도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믿을 수 없다”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월 경기지역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또한)법적인 문제마저도 보완할 방법이 있다면 (CJ라이브시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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