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청년·신혼부부들에게 20평대 아파트를 단 돈 1만원에 빌려주는 이른바 ‘1만원 임대주택’을 내세우면서 화제를 끌었던 전남 화순군 정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임대주택 사업자인 부영 측이 당초 화순군과 약속했던 것과 달리 아파트 수리 비용을 부담하길 꺼려하면서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임대주택 공급량이 가장 많은 기업인 부영이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약 3개월 동안 내부 사정으로 전국 임대아파트 하자보수를 전면 중단하고 있는 것과 이번 사태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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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 인구소멸 막으려 ‘월세 1만원’ 임대주택 파격 정책…부영과 손 잡아
청년 인구가 줄줄이 유출되면서 심각한 지방소멸 위기에 봉착한 전남 화순군. 화순군 20~30대 인구는 2022년 1만1370명에서 지난해 1만1013명으로 감소해, 1만명대 밑으로 내려앉기 직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화순군은 청년층을 불러모으려는 묘책으로 ‘1만원 임대주택’ 정책을 고안해냈다. 만 18세~49세 이하 무주택 청년과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화순군에 있는 아파트를 월세 1만원에 임대하기로 한 것. 입주 기간은 2년으로, 최장 6년까지 살 수 있다. 수도권에서 웬만한 아파트 월세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신기리에 1998년 준공한 총 1485가구 규모 ‘부영6차아파트’가 1만원 임대주택 단지로 선정됐다. 화순군이 이 아파트를 보유한 부영 측에 연락해 사업을 제시했는데, 마침 지방 임대주택 공실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부영이 화순군의 1만원 임대주택 제안을 받아들인 것. 부영이 화순군에 20평대인 부영6차아파트 한 채당 보증금 4800만원에 빌려주면, 화순군이 이 주택을 월세 1만원을 받고 청년층에게 다시 공급하는 이른바 ‘전전세’(재임대) 구조다. 이 과정에서 인테리어·하자보수 등 비용을 전부 부영이 부담하는 조건이다.
당시 부영 측은 “사업의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화순군의 청년 신혼부부 우대 정책을 기업 입장에서 협력하고 싶었다”며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에 발 맞춰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화순군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예산 192억원을 들여, 매년 1만원 임대주택을 100가구씩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도 2024년도 상반기 물량 50가구를 선보였다. 그 결과 지원자 506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10대 1을 훌쩍 넘겼다. 지원자 중 절반 이상(286명)이 화순군(210명)이 아닌 광주시·전남지역 거주자인 것으로 집계돼 이 정책이 지방 소멸을 막는 구원투수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컸다.
■상생한다더니 갑자기 말 바꾼 부영…“임대아파트 수리 비용 부담스러워”
하지만 이런 기대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화순군과 협력하겠다던 부영 측이 1만원 임대주택 입주를 코 앞에 두고 돌연 내부 수리 비용이 부담스럽다며 태도를 바꾼 것.
이달 2일 화순군은 1만원 임대아파트 입주 예정자 100가구에 대해 “계약 일정이 변경됐다”고 안내하며, 당초 올해 7월 3~9일 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하려던 정책 일정이 9월 이후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화순군 관계자는 언론에 "부영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계약 예정일은 미뤄지더라도 입주일은 최대한 미뤄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계약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1만원 임대주택 일정이 변경됐다고 갑작스럽게 통보 받은 입주 예정자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신혼부부인 입주예정자 A씨는 "화순군이 올해 8월 안에 입주해야 한다고 해서 원래 살던 집 계약을 마무리했는데, 갑자기 갈 곳이 없어졌다”고 했다. 다른 입주예정자 B씨 역시 “계약 직후 이삿짐을 옮기려고 했는데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약 세 달 동안 부영이 전국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임대아파트 하자보수 작업을 전면 중단한 것과 이번 사태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부영 측은 아파트 수리를 멈춘 이유로 시스템 개선 등 내부 사정을 들고 있지만,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부영그룹 주택부문 실적이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전국 임대주택 운영관리에 힘을 못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주택의 지난해 매출은 4675억원으로, 부동산 호황기던 2020년(2조4559억원) 대비 81%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0년 2280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2461억원으로 적자에 접어들었다. 부영주택의 아파트 사업은 크게 임대와 분양으로 구분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자 분양수익이 크게 줄면서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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