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부 장관, “전세사기 피해자 개인 책임이 아니다”
덜렁덜렁 계약 발언 사과…제도 미비로 전세사기 피해 눈덩이
[땅집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두고 “덜렁덜렁 계약했다”고 발언한 것을 사과했지만, 여전히 전세사기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박 장관은 “예전에는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전세사기를 피해자 책임으로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박 장관은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전세사기의 원인 중 하나인)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겠다는 설명을 하다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다”며 “이 사태의 책임이 개인적 잘못에 근거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책임이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정부가 전세 대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다만, 국가가 확실히 전세사기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정책적인 의지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다.
■ 국토부 장관, 피해자 양산하는 전세제도 결함 인정
전세사기 피해는 국회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청문회가 열린 25일에도 발생했다. 이날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420억원 규모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당 184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23일에는 신촌 등 대학가에서 100억원대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대부분은 90년대생 사회초년생으로 이 사회는 전세 사기로 청년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다”고 절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해 현재까지 누적 1만8125건의 전세사기 피해를 인정했다. 피해자 절반은 20~30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잃어버린 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행 전세사기피해 지원 법안에 사각지대가 많다는 평가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력화됐다.
정부가 새로 발의하겠다고 발표한 전세사기 법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LH의 피해주택 매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다만 여야 대책 모두 집주인과 세입자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세입자 권리를 온전히 보호하기 미비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현실적으로 여당안과 야당안의 장점을 결합한 대책을 요구할 정도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전세사기 피해 여전히 지속…전문가들 “골든타임 지나갔다”
최근엔 주로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한 주택 유형인 빌라를 피해 아파트로 수요가 옮겨붙으면서,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갭투자가 활성화하는 조짐도 보인다.
정부가 전세사기 정부안에 이어 LH를 통해 매입임대주택을 향후 2년간 12만 가구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LH의 자금난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공급조차 끊긴 상황에서 가격마저 불안해지면서 전세사기 피해 문제가 주택 시장 전체 가격 불안정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과는 전세 대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전세사기 청문회까지 열리는 순간에도 사기 피해자가 나올만큼 피해자가 계속 나오는데,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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