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론 나오는 청약저축 통장②] 청약통장 아등바등 모아도 "공공분양 공급 0건"…기존 주택 패닉바잉 부추기나

작년 목표 6만가구 실제론 3185가구 그쳐, 바늘구멍 전락
현 정부 공급목표 50만가구, 국토부 액션플랜 없이 수수방관

[땅집고] 정부가 지난 13일 공공분양주택 청약 때 인정되는 청약통장 납입액 한도를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하고, 공공분양 ‘나눔형’ 주택의 개인간 거래를 인정하면서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를 확대하는 규제 완화책을 펼쳤지만, 정작 공공분양 공급 실적이 크게 축소돼 무용지물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공공분양 물량이 심각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무주택자가 저축한 청약통장을 활용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1분기 수도권 공공분양 인허가·착공 실적, ‘0건’

이번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분양 물량 실적 14만7000가구보다 더 많은 50만가구를 공공주택 공급 목표치로 잡았다. 하지만, 공급실적은 처참한 상황이다.

일단 지난해 LH가 공급한 공공주택은 1만321가구(건설형 기준)로 연간 목표 8만8000가구 대비 11.7% 에 불과했다. 이중 청약통장이 주로 사용되는 ‘공공분양’의 경우 2023년 공급 목표는 6만가구였으나, 실제 공급은 3185가구로 목표 대비 5.3%만 공급됐다.

올해 공공분양 물량 공급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수도권의 공공분양 물량인허가 실적 및 착공 실적 모두 ‘0건’이었다. 작년 같은기간에 수도권 인허가 실적은 1101가구, 착공실적은 593가구였다.

이와 함께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공공 사전청약(이하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한다고 밝혀 향후 공공분양 물량이 언제 공급될지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사전청약 이후 본청약 시기가 도래해도 일정이 장기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 “청약통장 쓸모없어”…기존 주택 ‘패닉바잉’ 심화할 수도

업계 전문가들은 공공분양 물량 급감으로 지난 부동산 호황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난 저가주택 공황구매(패닉바잉) 현상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강남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외곽까지 신고가 거래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으로 서울의 전세금은 1년 넘게 지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둘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이 12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외곽 지역인 노원·도봉·강북구까지 상승 전환했다. 지난주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한 후 2주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신생아특례대출 시행 이후인 3월부터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최근에는 급매물도 다 팔리면서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고 했다.

무주택자들도 청약통장의 실효성을 더 느끼지 못하고 기존 주택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6만8620명으로 청약 통장 가입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22년 6월(2703만1911명)에 비해 5% 감소했다.

박재룡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공공분양은 물론 민간 공급도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청약통장 혜택만 늘리는 것은 실익이 없는 대책”며 “무주택자를 비롯해 기존 주택 교체수요자들까지 폭넓게 고려해 다양한 사람이 청약 시장에 균형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청약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기존 주택 집값만 더 오르는 부작용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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