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문 정부 '포퓰리즘의 끝판왕' 매입임대주택, 윤 정부서 부활한 이유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6.17 14:05 수정 2024.06.17 14:38

[文정부 임대주택의 화려한 부활 ①] 전세사기로 서민주택 붕괴조짐에 응급대책 “12만 가구 확대”

[땅집고] 정부가 과거 운영 과정에서 세금 낭비 비판을 거세게 받았던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다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정부는 앞으로 2년간 8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던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12만가구로 확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매입임대주택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등장해 문재인 정부 시절 역점 사업으로 추진됐다. LH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기존 주택을 사들이거나, 신축 예정인 건물을 매입해 시세보다 50~80%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민간이 공급하는 것에 비하면 전세사기 위험이 없이 안전하고, 보다 저렴하게 장기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H의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은 ▲2019년 2만340가구 ▲2020년엔 1만6562가구 ▲2021년 2만4162가구 ▲2022년엔 1만4054가구로 문재인 정부 시기 크게 증가했다.

[땅집고]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 뉴시스


하지만 정부가 주택의 시세를 제대로 반영해 구입하지 않는 경우 팔겠다는 집주인이 없어 매입 실적이 감소하고,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사들이면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 심지어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도 “매입임대주택 제도는 포퓰리즘 망령”이라며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지난해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민간건설사들이 짓는 빌라나 오피스텔을 SH공사가 사들이겠다고 약정한 뒤 준공 후 매입해서 이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인데, 한 채당 가격이 4억~5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며 “SH공사가 소형아파트를 직접 지으면 건설원가가 2억원에 불과한데, 이 금액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사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세금 축내는 실적 채우기용”이라는 비판도했다.

전세금이 크게 상승하던 부동산 호황기에도 매입임대 주택은 공가 비중이 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한편에선 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정부가 비싼 값에 임대주택을 사들이면서 서울 내 빌라값이 폭등하고 연이어 아파트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올라 집값 자극제로 작용하기도 했다.

■ 급했던 정부…실패한 정책 비판 나오는 ‘매입임대주택’ 다시 꺼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LH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서울·경기 지역에서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데 5조8038억원을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매입 가구수는 줄어 세금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달 이들은 “LH가 최근 3년 동안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 데 사용했다”면서 “특히 기축매입보다 더 비싼 가격을 치러야만 하는 약정매입주택을 사들이는데 총 금액의 80%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LH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땅집고] 연도별 매입임대주택 매입실적 현황. /맹성규 의원실, LH 제공


이러한 문제 때문에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매입임대주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다. 그간 감정평가된 금액을 바탕으로 주택을 사들였으나, 고가주택까지 정부가 떠안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원가 이하’로만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체 규정을 바꿨다.

그 결과 지난해 LH는 매입임대주택을 작년 목표 매입 물량의 22% 정도에 불과한 4610가구만 사들였다. 당연히 실적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윤 정부는 매입임대보다는 민간 공급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웠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 및 금리 인상 여파에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이 문제였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월세 시장이 초토화하고, 신축 아파트 공급도 만만찮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빠르게 서민이 거주할 주택을 공급할 길이 사라지자 그나마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부활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임대 사업자 입장에서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았던데다, 수요자에게도 적합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외면받았다”며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향후 2년간 4만가구를 더 늘려야 하는데, 만만찮은 물량이므로 재원 마련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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