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분양가를 부풀리는 원인인 기본형 건축비를 개선하고 후분양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SH공사는 1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본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부실시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고 고품질 ‘백년주택’을 짓기 위해 기본형 건축비 제도 전면 개선과 후분양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이날 “최근 시민들의 고품질 주택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행 기본형 건축비로는 충족할 수 없다”며 "실제 원가 파악이 가능한 후분양제 도입과 원가 공개가 필요하다. 후분양제 도입 사업장에 대해 실제 건축비에 기반할 수 있도록 기본형 건축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는 기본형 건축비 제도가 실제 건설 원가와 분양가격 간 괴리를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주택법(제57조)에 따르면 선분양 주택의 분양 가격은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와 택지비를 더해 산정한다.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분양가 상한제다.
공사는 현행 기본형 건축비가 근거가 미흡한 상황에서 책정되기 때문에 사업자가 분양가에 택지비를 과하게 부풀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생긴다고 분석했다. 공사 측은 "기본형 건축비가 실제 건축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55% 수준에 불과해 분양가격 산정기준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 이후 공사가 분양한 142개 단지, 4만19가구 분양 원가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평균 분양가는 360만원/㎡, 건설 원가는 310만원/㎡로 분양 가격과 건설 원가 사이에 50만원/㎡의 차이가 났다. 평균 13.8%의 분양 이익을 얻었다. 세부적으로는 택지비는 110%, 건축비는 10% 손실을 기록했다.
분양 가격은 2005년 222만원/㎡에서 2021년 600만원/㎡로 2.7배, 건설 원가는 2005년 200만원/㎡에서 2021년 394만원/㎡로 1.97배로 각각 증가했다. 분양가가 더 큰 폭 오른 것은 분양가 중 택지비가 3.85배 상승했고, 건설원가의 택지비는 같은 기간 1.83배 올랐다. 택지비 원가 상승분보다 분양가에 택지비를 더 많이 포함하며 분양이익이 커졌다.
공사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기본형 건축비가 아닌 실제 건설원가에 기반해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후분양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투입되는 건설원가를 알 수 있어 그에 기반해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공사 부실, 지연 상황 등이 발생하더라도 사업자가 떠안게 돼 시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도 줄어든다
공사 측은 “주택은 일생에 한두 번 구매하는 고가의 상품이나, 현행 선분양제하에서는 상품을 보고 구입할 수 없는 대표적 정보 비대칭 상품”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후분양제(건축공정 80% 이후 시점)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사는 2021년 12월 고덕강일 4단지 분양원가 71개 항목을 공개하고, 분양 원가를 시민 누구가 볼 수 있도록 공사 정관을 개정해 분양가 정책 개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앞서 공사는 지난 2006년부터 후분양제(건축공정 80% 이후 시점)를 도입해 왔다. 더 나아가 김헌동 사장은 “건축공정이 100%가 아니라면 분양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을 조만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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