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의 시대 다시 오나 ②] 주택공급 급감…뒤늦은 규제완화가 집값 상승 트리거 되나
집권 2년 규제완화 공급확대 정책 골든 타임 놓쳐
국토부 공급감소 수수방관, 대통령이 직접 정책 챙겨야
[땅집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정책 실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려 잡값을 잡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집값 하락기였던 정권출범 2년간 현 정부는 종부세 폐지 등 규제완화, 주택공급 확대 등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속도감 있게 밀어 붙이지 못했다. 그 결과, 금융위기 수준의 공급감소로 집값 불안 심리가 되살아 나고 있다.
금리하락 등으로 서울이 집값 상승세로 전환하는 가운데 뒤늦게 정부가 종부세 폐지 등 규제완화 정책을 들고 나온 것도 문제다. 국토부 전직 관료는 “정권이 막 출범했을 때 대통령 공약을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성과가 나오는데, 정치인 출신 장관이 업무 파악 등으로 허송세월 골든타임을 실기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시장상황을 반영한 현실감 있는 정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공급으로 집값 잡겠다더니…국토연 “작년 주택 착공 평소 47.3%”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2년 향후 5년(2023~2027년) 동안 주택 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2018~2022년) 공급물량 대비 13만 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인기가 많은 서울 수도권 등 지역이나 사업유형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 계획 시행 첫해인 2023년부터 주택공급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최근에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국토연구원 기획조정실 김지혜 연구위원과 연구진이 최근 발간한 국토정책Brief 제963호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와 준공은 연평균 대비 70% 수준이었으나, 착공은 47.3%로 급감했다.
특히 서울은 인허가ㆍ착공ㆍ준공 모두 50% 미만이다. 전체기간 연평균 대비 서울의 작년 주택공급 실적은 인허가 37.5%, 착공 32.7%, 준공 42.1%다. 작년 공급계획과 비교하면 인허가 등 실적은 연평균 대비 전국 82.7%, 서울 32.0%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가 많은 서울 수도권은 공급이 감소하고 주택이 남아도는 지방은 공급이 이어져 지방 미분양 급증, 서울 분양 물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민간 부문공급이 극도로 위축된 결과다. 더큰 문제는 공공 분야 역시 쪼그라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공공 부문 주택인허가 실적은 7년 평균 7225가구에서 무려 91% 감소한 636가구에 그쳤다. 작년부터 사실상 폐업수준으로 LH의 주택공급이 급감했는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했다. 한 전문가는 “총선을 앞두고 보통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도 공공분야의 주택공급을 늘리는데, LH는 재정난 등을 이유로 공급을 줄이는 것을 국토부가 방관한 것은 업무태업이 아니라면 이해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주택 공급 부족이 결국 집값 상승에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수출 회복 등 경기 회복세 본격화, 금리 인하, 주택공급 부족 등이 겹치며 집값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다가 전세사기로 촉발된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의 공급감소로 서민 주거 문제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지난해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총 4만6600가구로, 전년 9만4141가구보다 50.5% 감소했다.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총 3만9237가구로, 1년 전(8만4382가구) 보다 53.5% 급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규제로 공급을 줄여 집값 폭등시켰다고 비판하면서 집권했다. 그런데도 문정부보다 훨씬 공급이 감소하는데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국토부의 실무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 집값 상승기에 뒤늦은 감세 정책…국토장관 “집값 안정됐다” 딴소리
최근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 폐지론 등을 거론한 것 역시 ‘뒷북 정책’으로 비판 받는다. 박상우 국토장관은 “최근 집값은 안정화하고 있다” 며 “종부세,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임대차 2법(계약갱신 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방 집값은 아직도 하락하고 있으나, 수도권 교통 좋은 곳과 인기 지역은 상승세로 돌아섰다”면서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공사 원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높은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는 등 여러 요인으로 볼 때 추세적인 상승세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종부세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은 집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던 시기에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집값이 상승기로 전환하는 가운데 종부세 폐지론은 집값 오름세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야당이 반대할 경우, 종부세 폐지도 못하면서 부동산 불안심리만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규제완화는 2022년도부터 했었어했다”면서 “세금, 대출, 다주택자 규제 등 문재인 정부가 손 댔던 부동산 정책 3가지만 원점으로 돌려놨어도 평가가 지금 같지는 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여론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다주택자보다는 무주택자다보니 눈치보다가 타이밍을 놓쳤다”고 봤다.
최민섭 호서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대통령이 공약했으나 실제로는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주택공급 감소에 따라 전세가격 급등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국토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주택공급 상황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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