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너무 억울해서 밤잠도 못 자고 사기꾼이 되지 않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수 임대인들이 파산은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상황에 노출됐습니다. 공시가격 126%로 전세금을 통제하는 것은 극악한 정책입니다.”
최근 정부가 전세사기특별법을 포함한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이를 잠정 미루면서 임대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상품 가입 요건 강화로 전세금을 공시가격의 126%로 동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수천만원 보증금을 급작스럽게 마련해야 하는 임대인의 고충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임대인 단체들은 “정부가 선량한 임대인까지 전세사기꾼으로 몰았다”며 “전세사기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시 주택 산정 기준을 ‘공시가격’이 아닌 ‘시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임대인들, “‘126%룰’은 임대인 죽이기 정책…지금이 文정부 7년차인가”
정부는 지난해 초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보증가입 요건이 ‘공시가격의 150%’(공시가격 적용 비율 150%×전세가율 100%)까지 가능했는데, 이를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전세가율 90%) 이내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집주인이 받을 수 있는 전세금 한도가 갑작스럽게 낮아지면서 신규 세입자를 받을 때 상당한 금액의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컨대 2022년엔 최대 3억5000만원까지 전세금을 받을 수 있었던 A빌라 임대인은 강화된 룰에 따라 2억8000만원 이하로만 전세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세입자에게 당장 최대 7700만원을 마련해 돌려주거나, 7700만원 낮은 금액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어야 했다.
임대인들은 정부가 빌라 전세 가격에 개입하는 것으로 전세시장을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600명 임대인이 모인 단체의 소속된 임대사업자 김민정 씨는 “투룸 2억원짜리 빌라 한 채를 임대 놓는 임대인은 한 채 당 5000~6000만원씩 전세금을 낮춰야 했다”며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위험이 커지면서 임대인들이 강제로 전세사기꾼으로 몰렸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공시가격126% 룰을 그대로 두더라도 감정평가를 활용하는 안을 검토하긴 했으나, 현재는 전세시장 안정 대책 발표 자체가 미뤄진 상황이다.
■ “비아파트 주택 가격 산정 기준, 아파트처럼 ‘시세’ 활용해야”
빌라는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달리 주택형, 노후도, 내부 인테리어 수준 등의 여건이 제각각 달라 같은 크기여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빌라의 시세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실거래가격이 아닌, 공시가격이나 감정평가 방식 등이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빌라와 단독·다가구 등의 전세금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은 데도 공시가격은 실제 매매가의 50~6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임대인들은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똑같이 시세를 적용하라고 주장한다. 최근엔 부동산 프롭테크 발달로 빌라도 웬만큼 시세가 보편화했다는 주장이다.
성창협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공시가격 외에도 비아파트 주택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여러가지 존재한다”며 “KB부동산에서 제공하고 있는 시세 ‘하우스머치’,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시세, 안심전세앱 시세 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아파트의 경우 KB부동산 혹은 한국부동산원 시세를 적용하는 것과 같이 비아파트도 가격 산정 기준으로 삼아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 다중주택 등은 시세 제공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감정평가 등을 이용하는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김나래 주거안정연대 회장은 “향후 수년간 주택 부족 문제로 국민들은 주거 고통을 받을텐데, 정부는 이 와중에 전세사기로 경매에 나온 매물을 최대한 매입하겠다고 한다”며 “임차인을 위하는 척하지만 시장파괴 행위에 지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전세사기로 나온 수많은 매물이 국가 소유가 된다면 남은 월세화된 매물의 월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게 자명하다”며 “‘전세금 미반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문재인 정부 7년차’란 소리가 나온다” 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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