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증여 및 상속 절세 노하우] 가족 간 부동산 매매, 양도인지 증여인지 확실히 해야 절세 가능!
[땅집고] “원칙적으로 세법은 부모와 자녀 간에 부동산을 매매하더라도 증여로 추정합니다. 증여로 추정한다는 건 납세자가 증여가 아니라 매매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유찬영 세무사무소 가문 대표 세무사)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마련한 A씨 부부, 은퇴 후 일정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 이자사 치솟으면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A씨 부부는 자녀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넘겨줄 테니 대신 은행 빚을 갚아주고 나머지 대금은 죽을 때까지 나눠서 정기적인 생활비로 보내달라고 제안했다.
그중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막내 B씨가 부모님이 제안한 내용을 근거로 일종의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고 부동산 등기를 넘겨받은 후에 대출금을 변제했다. 이후 매달 정기적으로 약정한 금액을 자동이체방식으로 부모님께 보냈다. B씨는 훗날 형제들과의 상속분쟁을 우려하여 작성한 효도계약서에 공증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등기 과정에서 법무사와 상담하던 중 법무사가 가족 간의 효도계약이기 때문에 결국 증여로 등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등기용 증여계약서를 작성해 등기를 했다.
문제는 B씨가 이 거래를 부모의 주택을 무상으로 받은 증여가 아니라 부모님의 대출금도 갚아주고 나머지 대금은 장기로 나누어서 변제하는 장기할부조건의 매매계약이라 판단하면서 생겼다. B씨는 부모님께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라고 알렸고, A씨 부부는 양도세를 신고했다.
마침 A씨 부부는 1가구1주택자로서 비과세대상에 해당돼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매매대금은 기대여명을 감안해 20년 장기할부로 대금을 지급하며, 할부금액에 대해서는 정기예금 이자율에 따라 복리식 미래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으로 정하고 여기에 은행대출금을 변제한 금액을 합해 양도가액을 결정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흔하지만, 세법상 매우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앞선 사례에서 보면 형식은 증여로 등기를 했지만 내용은 양도인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간의 거래이고 일반적 상식에 기초하여 거래를 했기 때문에 거래가 끝나고 되돌아보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할 수 있다. 이 경우 생각지도 못한 세금 추징으로 곤경에 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세법은 부모와 자녀 간에 부동산을 매매하더라도 증여로 추정한다. 증여로 추정한다는 것은 납세자가 증여가 아니라 매매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부모와의 매매계약이 합법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첫째는 재산을 서로 교환한 경우, 둘째는 이미 과세를 받았거나 신고한 소득, 상속·증여받은 재산으로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 셋째는 소유한 재산을 처분한 금액으로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 넷째는 채무로 확보한 금액으로 대가를 지급한 경우 등이다.
그러면서 대가를 추후에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양도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부동산을 양수하면서 자금 출처가 확인된 금액으로 대가를 이미 지급한 경우에만 증여가 아닌 매매로 보는 것이지 사후에 대가를 지불하는 외상거래나 할부거래는 매매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B씨 입장에서 보면 분명 부모님의 은행 대출금도 갚았고, 잔금은 부모님이 강력히 원해서 20년간 장기할부로 변제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증여가 아닌 매매가 맞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세무서의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장기할부라고 주장하는 금액은 자녀로서 마땅히 부담해야 하는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증여가 아니라 매매라고 주장하려면 증여로 등기한 것에 대해 원인무효를 주장하여 매매로 등기를 정정하여야 하는데 그런 조치 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 수도 있다. 실제 발생한 이 사례에서는 증여세의 추징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과세 판결을 받았고, 조세심판원의 판단도 동일하였다.
세법이 가족 간 거래에 대해 증여로 추정하는 규정을 둔 취지는 가족 간의 매매거래는 실제 유상거래보다는 증여일 개연성이 높은 데다가 가족 간의 거래는 그 거래 내용을 은폐하기 쉬워 세무공무원이 실질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가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대가를 지급하고 정상적으로 양도받은 사실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 외에는 증여한 것으로 추정하겠다는 것이라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위와 유사한 사건에서 다소 여지를 남긴 판결을 하기도 했다. 부모의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녀가 부동산을 매수하되 부동산의 매수 대금 중 일부는 부모의 채무를 변제해주고 나머지 잔금은 정기적으로 보내 부모님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한 매매계약에 대해 “자녀가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매달 일정금액을 보내드리는 것을 단순히 부모를 부양하는 미풍양속이나 부양의무만을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거래를 단순한 증여라기보다는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연금방식으로 매월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특이한 판결이긴 하지만 장기할부로 지급한 금액을 부양의무가 아니라 대가로 보고 매매라고 판단한 판례여서 증여세를 물리려는 세무서와 다툴 여지를 남겨 놓았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달랑 집 한 채만 갖고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님의 노후 생활자금을 특정한 자녀가 지속적으로 부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부모의 경우 이러한 판례를 참고하여 아예 자녀와 ‘장기할부매매계약’을 체결해보는 것도 좋은 타협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세무 당국은 이렇게 한다고 해도 세법 또는 자체 규정이 정한 대로 매매가 아닌 증여로 과세하려고 할 테니 꼭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 후에 실행하기를 권한다./글= 유찬영 세무사, 정리=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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