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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새 아파트 입주 앞두고…돌연 "하자 점검 업체 출입 금지" 방침 논란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5.24 17:52

[단독] 대광건영이 올해 8월 입주를 앞두고 개최하는 방문 행사 초대장에 ‘하자 적출업체는 단지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적어뒀다. /입주자 제공


[땅집고] “하자 적출업체는 단지 입장 불가능합니다.”

올해 8월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세교리에 입주를 앞둔 총 459가구 중소 규모 새 아파트 ‘아산탕정지구 대광로제비앙’. 2022년 3월 사전청약을 받고 지난해 12월 본청약을 진행했는데, 평균 경쟁률이 70대 1로 높았다.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 기준 분양가가 최고 4억5600만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삼성그룹이 천안아산 삼성디스플레이 단지에 약 4조원을 투입해 이 일대를 국내 첨단산업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이 아파트 시공은 지난해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45위 건설사인 대광건영이 맡았다. 대광건영은 올해 8월 정식 입주를 앞두고 수분양자들에게 오는 6월 15~17일 3일 동안 이 단지에 대한 고객 방문 행사를 진행한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안내문에서 수분양자들의 불만을 부르는 문구가 있었다. ‘하자 적출 업체는 단지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 “내 아파트, 내 돈 들여 점검한다는데”…수분양자 불만

지난 2년여 동안 전국 곳곳 새 아파트마다 크고 작은 하자가 발견되고, 심각하게는 공간 일부가 붕괴하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소비자 사이에선 미리 전문 하자 점검 업체를 고용해, 사전점검 등 방문 기간에 직원과 함께 방문해서 집안을 둘러보고 미시공 및 부실공사 등으로 인한 하자를 잡아내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땅집고] 최근 새아파트 입주 전 하자점검 전문업체를 고용하는 수분양자들이 늘고 있다. /조선DB


이런 상황에서 대광건영이 ‘아산탕정지구 대광로제비앙’ 단지 방문 행사 및 45일 동안 진행하는 사전점검 기간에도 하자 점검 업체 방문을 막겠다고 통보해 수분양자들의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하자 점검 업체를 예약해둔 집은 50여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10% 정도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대광건영은 지난해 9월 경기 양주시 회천지구에 입주한 ‘회천 대광로제비앙 더센트럴’에서도 사전점검 기간에 사전 점검 업체 방문을 금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아파트 사전청약 당첨자라고 밝힌 A씨는 “요즘 신축 아파트 하자 건수가 너무 심한 상황인데, 계약자 가족이 아니라면 사전점검 업체는 물론이고 지인도 방문을 하지 말라고 한다”며 “현장에 전화하니 본사 지침이라 막을 수 밖에 없다는 말만 한다”고 했다.

현행 주택법 제 48조의 2에 따르면, 주택 사업 주체는 사용검사를 받기 전 입주예정자가 해당 주택을 방문해 공사 상태를 미리 점검(사전방문)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 입주 예정자는 사전방문 결과 하자로 인한 균열·침하·파손·들뜸·누수 등이 발생해 주택이 안전·기능·미관상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면, 사업주체에게 보수공사 등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사전방문 기한은 입주 개시 45일 전으로 정해져 있지만, 이 기간 동안 방문자들의 신분이나 인원수 등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 업체 등장으로 하자 접수 건수 2~3배 폭증…건설사 부담 커져

대광건영 측은 “하자 점검 업체를 대동해 정식 입주 전 아파트를 완벽하게 보수하고 싶어하는 수분양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방문 행사 및 사전점검 기간에 발생하는 혼잡을 예방하고 입주일을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규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대광건영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사전 점검 업체를 대동하는 경우, 각 가구마다 체크한 하자 개수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2~3배 정도 많아진다”며 “체크한 하자 중에서는 정말 보수가 시급한 곳도 있지만 단순한 시공만으로도 해결되는 부분이나 하자로 볼 수 없는 사례도 매우 많다. 입주 후에도 일정 기간 시공사가 현장에 상주하며 계속 책임지고 보수하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사전점검 기간에 모두 재검토하다 보면 되레 입주일이 연기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하자 점검 전문업체가 새아파트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이어 그는 “현장 상주 인력이 20여명에 불과한데 계약자 본인과 가족들, 하자 점검 업체 직원들까지 한꺼번에 방문하면 수천명에 달해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걱정도 있었다”며 “법적으로 건설사 입장에서 하자 점검 업체를 부르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수분양자분들께 협조를 부탁드린 차원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택건설업계에도 대광건영 측 조치가 어느 정도 이해간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법상 사전점검 기간에 각 가구로부터 접수받은 하자는 입주 전에 모두 보수하도록 되어있는데, 하자 점검 업체가 서비스를 의뢰한 수분양자들로부터 신뢰와 호평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하자 건수를 최대한 많이 늘리는 바람에 공기를 맞추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하자 점검 업체마다 84㎡ 기준으로 점검비로 20만~30만원을 받고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이른바 ‘돈값’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줘야하다 보니 하자가 아닌 부분까지도 AS를 요청하곤 한다”며 “건설 인력은 한정되어있는데, 이런 막무가내식 하자 잡이가 계속되다 보면 전체 아파트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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