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DL이앤씨가 서울 송파구 삼환가락아파트(이하 삼환가락) 재건축사업 입찰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DL이앤씨가 공을 들여와 수의계약이 점쳐지던 사업지다. 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강남 3구 등 핵심 사업지에서도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지며 사실상 주택 사업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23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삼환가락 재건축 조합은 지난 22일 “DL이앤씨가 마지막 자체심사(4차)에서 입찰 참여를 부결했다”고 밝혔다. 조합관계자는 “DL이앤씨측이 자금난 등 회사 자체 사정으로 입찰을 포기한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로 특별한 쟁점이 없어 3차 심사까지 무난히 통과했으나, 4차에서 막힌 것이다.
김종삼 삼환가락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5월 초 DL이앤씨는 새로운 사장이 취임한 이후, 특별한 랜드마크적 사업지 외에는 수주를 하지 말라는 방침에 의해 삼환가락을 제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오는 27일 삼환가락 조합 감사 이사회를 개최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DL이앤씨의 입찰 포기로 약 두 달 정도의 일정 지연이 있을 전망이다. 김 조합장은 “7월 총회가 아닌 9월 총회를 반드시 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앞서 삼환가락 재건축 조합은 올 3월29일 조합 사무실에서 두 번째 현장설명회(이하 현설)를 개최했다. 당시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호반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쌍용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7개사가 참여했다. 이 중 단독으로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한 DL이앤씨가 돌연 입찰을 포기하면서 새 시공사를 찾게 된 것이다.
이 단지는 서울지하철 5호선 개롱역과 약 500m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648가구 규모 재건축 단지다. 최고 35층, 공동주택 9개 동, 1011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예정공사비는 4626억원 규모로, 강남3구 내에 있고 규모가 커 사업성이 괜찮은 편에 속한다.
DL이앤씨 측은 자금난보다는 사업성을 따진 데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사업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입찰에 참여한다는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며 “DL이앤씨는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 사업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입찰 참여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삼환가락 입찰을 포기한 이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위치가 뛰어나고 사업성이 좋은 곳인데다가 DL이앤씨가 오랫동안 밑작업을 해와 수의계약이 거의 확실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DL이앤씨의 경영 기조가 완전히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주택 사업 비중이 컸으나, 서영재 대표이사 취임 이후 ‘탈(脫)주택’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현재 DL이앤씨는 지방이나 수도권 신규 주택 수주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삼환가락을 비롯해 용산구 한강변에 있는 ‘용산산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등 핵심 사업지에서도 줄줄이 입찰을 포기하고 있다.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로 꼽히는 ‘한남5구역’ 수주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DL이앤씨는 수주 의지가 여전하다고 선을 그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타사에 비해 원래 기준이 높았는데,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준치를 더 높여서 선별 수주를 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주택 사업을 접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설명했다.
주택사업 대신 돈이 되는 토목ㆍ석유화학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DL이앤씨는 서 대표 취임 이후 토목 사업에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이 보장된 교통 인프라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에 부합하는 하수 현대화, 바이오 가스 등 친환경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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