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왜이리 빨개, 중국인이 지었나" 욕 먹던 여의도 파크원에 담긴 비밀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5.17 11:19

[땅집고]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파크원 건물. /포스코건설


[땅집고] “처음엔 중국에서 지은 건물인 줄 알았죠, 저렇게 새빨간 색이니까…”

외관 모서리를 새빨간 기둥 여러개로 마감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다 보니 초고층 건물이 몰려 있는 여의도에서도 눈에 확 띈다. 2021년 준공 당시 파크원 첫인상을 평가하는 대중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이 건물 때문에 조화롭던 여의도 스카이라인 경관이 깨진 것 같고, 심지어는 중국 자본이 투입된 소위 ‘짱깨 건물’ 같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준공 3년째인 현재는 파크원 건물에 대한 평가가 다소 우호적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파크원이 모서리에 빨간 기둥을 달 수밖에 없었던 건축학적 이유가 퍼지면서다.

[땅집고] 모서리에 빨간 기둥을 긴 파크원은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여의도에서도 눈길을 끈다. /C3 Korea


높이 318m인 파크원은 여의도에서는 가장 높고, 국내에서는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와 부산 엘시티(412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총 4만6465㎡ 대지에 건물 4개동으로 지어졌다. 지하 7층~지상 53·69층 오피스 빌딩 2개동과 8층 높이 리테일 1개동, 31층 높이 호텔 1개동이다.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립한 건축회사 RSHP와 시아건축플랜이 맡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했다.

모두의 주목을 받았던 빨간 기둥의 정체는 바로 파크원의 ‘뼈대’다.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골조를 외부로 빼낸 것. 건물 내부에서 큰 면적을 잡아먹는 기둥을 없애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안한 설계다. 건물 가장자리에 메가 콜롬(Mega Column·대형 기둥) 8개를 세우고, 이 기둥 사이를 메가 브레이스(Mega Brace·대형 버팀대)로 서로 연결, 하중을 버티는 메가 프레임(Mega Frame) 구조시스템이다.

[땅집고] 서울 경복궁 근정적 내부 단청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이 기둥이 빨간색이라 중국 자본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전통문양을 십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자적색이 위엄과 품위를 상징하는 점을 고려해 과감하게 붉은 기둥을 썼다는 것.

이에 대해 조원 시아플랜건축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적 색상을 담은 파크원의 붉은색 철골 트러스(대형 건물의 지붕 밑 공간에 설치되는 철골 뼈대) 외관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여의도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고, 서울의 도심을 관통하는 한강변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시각적 효과를 창출할 것”라고 했다.

[땅집고] 파크원에 입점한 더현대 서울이 마련한 실내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 /현대백화점


특히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이 입점하는 리테일동은 1층부터 8층까지 기둥을 전부 없앴다. 이 덕분에 축구장 13개(8만9100m2) 규모에 달하는 더현대 서울 면적 중 절반을 숲과 인공폭포 등 체험형 콘텐츠를 지닌 휴식·문화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었다. 내부 동선을 방해하는 기둥이 없다보니 백화점 고객들이 ‘더현대 서울’을 방문할 때 동선 너비가 최대 8m로, 다른 백화점 대비 2~3배 이상으로 확보됐다. 더현대 서울은 2021년 2월 개장 후 한 달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며 현재 국내 최정상 백화점으로 자리잡았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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