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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삼킨' 중흥, 승자의 저주 덮치나…1.2조 빚투경영에 한숨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4.05.08 07:30

[건설사 기상도] 중흥그룹, 대우건설 인수 2년…채무보증액 2년 만에 4배 급증

[땅집고]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사옥. /땅집고DB


[땅집고] “또 다른 승자의 저주인가?, 시너지 효과의 끝판왕인가.”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금융권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이 내년 2월 상환 만기가 돌아온다, 그러나 건설 경기 악화로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실적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자칫 또 다른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21년 업계 17위였던 중견 기업 중흥그룹은 2021년 2월 5위인 대기업 대우건설을 전격 인수했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당시 중흥그룹이 쓴 비용은 모두 2조670억원이다. 이 중 60%에 달하는 1조2000억원은 금융기관을 통해 빌려 ‘빚투’(빚내서 투자) 경영에 나서고 있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금융기관을 통해 각각 1조200억원과 18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사들인 대우건설 주식 51% 중 중흥토건이 40.6%를, 중흥건설이 10.15%를 나눠서 갖고 있다.

[땅집고]2023년과 2022년 중흥토건의 장기차입금 내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중흥토건은 우리은행 등에서 연이자율 4.86%~6.10%를 적용받는 장기차입금 7147억원이 남아있다. 5000억원가량은 갚은 상태지만, 차입금 중 여전히 액수가 가장 크다. 같은 기간 중흥건설은 KB증권 등에서 연 이자율 4.86%~6.10%를 적용받는 1785억원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이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9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한꺼번에 갚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이자는 현재보다 높아진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여력이 있으면 갚겠지만, 지금 건설업황을 봤을 때는 큰 차입금은 가급적 리파이낸싱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가 높아질 경우, 중흥그룹의 부담은 커진다. 업계에서는 ‘새우’인 중흥그룹이 ‘고래’인 대우건설을 먹으면서 생긴 후폭풍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흥그룹도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 하면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땅집고]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뉴스1


처음 인수했을 당시엔 실적이 대폭 개선됐으나, 얼마 안 가 불황으로 중흥그룹 계열사 실적이 줄줄이 꺾이고 있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시공능력평가 각각 15위, 50위 업체다. 작년 두 회사는 매출이 올랐으나, 실제 이익인 영업이익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중흥토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 줄어든 8199억원을 기록했다. 중흥건설 영업이익은 전년도(96억원)보다 반 토막 이상 줄어든 37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채 비율은 대우건설 인수 직후부터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흥토건 부채비율은 인수 추진 전이던 2020년 말까지 30%대였다. 그러나 2022년 103%에서 작년 12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흥건설의 부채비율은 42.2%에서 64.0%로 커졌다. 앞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부채비율을 100%로 낮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수익성 개선, 해외 사업 확대, 신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최근 중흥건설 채무보증액이 2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 국내 대기업 계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중흥건설 채무보증액은 2021년 2566억원에서 작년 1조3870억원으로 440.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흥토건의 채무보증도 8340억원에서 3조6794억원으로 341.2% 늘어났다. 당시 중흥그룹 측은 “신규 분양 사업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높아진 수치”라고 해명했다.

주택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우건설 실적도 나빠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6625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7600억원)보다 12.8% 감소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5.0% 급감한 1148억원을 기록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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