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과거에도 통계 오류 가능성…국토부 정책 신뢰할 수 있나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실적 통계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을 대대적으로 정정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통계 조작 혐의로 청와대를 비롯해 국토부 전현직 공직자들이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통계 시스템 오류가 드러나 국가 주택 통계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30일 지난해 인허가 실적을 연간 38만9000가구에서 42만9000가구로, 착공 실적을 20만9000가구에서 24만2000가구로, 준공 실적을 31만6000가구에서 43만6000가구로 각각 정정했다.
국토부는 당초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이 전년 대비 25.5%, 착공은 45.4% 각각 줄었다고 발표했으나 인허가는 17.8%, 착공은 36.8% 각각 감소한 것으로 정정했다. 감소 폭이 다소 줄었지만 큰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하지만 통계 정정으로 지난해 연간 인허가 실적은 4만가구, 착공은 3만3000가구, 준공은 12만가구가 증가했다. 무려 ‘19만3000가구’를 적게 집계한 것이다.
작년에 주택 인허가 실적이 사상 최악으로 급감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을 때 장관이나 차관이 “왜 이렇게 인허가 물량이 줄었느냐”고 챙겨만 봤어도 통계 오류를 잡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이번 통계 오류는 지난 1월 발견됐다. 국토부가 주택 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점검 과정에서 데이터 누락을 확인해 다시 집계했다는 것이다.
2021년 6월 전자정부법 개정에 따라 통계 생산 시스템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같은 해 11월 1차 물량 누락이 발생했고, 작년 9월 시스템 기능 개선 과정에서 재차 공급 실적이 과소 집계된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했다.
인허가·착공·준공 실적은 부동산 경기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정부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는 중요 통계이고 민간 사업자, 일반 수요자의 주택 관련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함부로 건드리면 처벌을 받는다. 작년 한 해 국토부 일부 공무원들이 집값 통계 조작 의혹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 조작이 있었다면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통계 작성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하게 집값 통계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고 현재 국토부 전직 장·차관과 고위 공직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조작이든 실수든 국가가 발표하는 주택 통계 신뢰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됐다는 것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려고 한 나머지 통계 시스템을 멋대로 고쳐썼고, 이를 심판했던 정부는 통계 데이터도 감당할 줄 모르는 무능함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국민 재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유형 자산이다. 국민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동산 정책 결정자들의 능력이란 게 고작 사기를 치는 것 아니면 오류를 내는 무능함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수도권 집값은 어느 지역에서는 신고가가 나오고, 또 어떤 지역에서는 수억원씩 하락하는 등 혼조세를 보여 수요자들이 시장 흐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 통계가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가중되면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조작 아니면 오집계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국토부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통계 기능 자체를 민간으로 넘기는 것이 방법일 듯하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n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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