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지원과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이 불과 2년 새 35조 원 줄었다. 기금 조성 재원인 청약저축액이 줄고, 부동산 거래 감소로 국민주택채권 발행이 감소한 여파다. 게다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이는 데 3조원 안팎의 기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용처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높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예금이 주요 재원인 ‘주택도시기금’ 중 일부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금액이다. 주택도시기금 사용처가 늘면서 ‘비상금’ 격인 여유자금마저 곳간이 말라가는 상황이 됐다.
■ 2021년 초, 117조 → 2024년 말, 95.5조…1년에 10조 날아갔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95조 4377억원이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말 기준 116조 9141억원이었는데, 2년 새 21조 원 줄었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납입금과 건축 인허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때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판매액으로 조성하는 기금이다. 주로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 구입자금·전세자금 지원에 활용된다. 도시주택기금은 국토부가 청약저축 가입자 등에게 추후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두둑했던 기금이 쪼그라든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청약저축 납입액 감소다. 지난해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704만 명으로, 1년 새 85만 5000명 줄었다. 2021년 말과 비교해선 133만 명 급감했다.
청약저축 납입액은 지난해 말 14조 9607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3조 5000억 원 줄었다.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국민주택채권 발행액도 지난해 말 13조 3717억 원으로, 1년 새 1조 원이 감소했다.
청약통장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을 합친 규모는 2021년 41조 9000억 원에 달했으나 2022년 32조 7000억 원, 지난해 28조 4000억 원으로 2년 만에 70% 수준으로 줄었다.
연간 청약저축 납입액에서 해지액을 뺀 청약 순조성액(-2000억원),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채권 순조성액(-1조 8000억원)은 지난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많았다는 말이다.
■ ‘남의 돈’ 기금으로 신생아특례·전세사기 지원한다는 정부
이런 가운데 주택도시기금 사용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들어오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 씀씀이가 커진 상황이다.
올해부터 출산 2년 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구에 지원되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대표적이다. PF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주택 사업장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할 때도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한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건설 자금 역시 기금에서 지원한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소규모로 정비할 때 주차장 등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뉴빌리지’ 사업에도 기업이 투입된다. 편의시설은 국비로 짓지만, 주택은 기금에서 빌려 짓는 구조다.
국토부의 주택도시기금 지출액(기금 사용 예산)은 올해 37조 2000억 원으로, 작년(33조3000억 원)보다 3조 9000억 원 늘었다. 기금 지출액은 2018년 26조 7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6년 새 10조 원 넘게 증가했다.
■ 돈 없으니 ‘비상금’도 35조 끌어다 썼다
잔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출액이 많다 보니, ‘비상금’ 격인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곳간도 비어가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말 49조 원이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올해 3월 말 13조 9000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2022년 28조7000억 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말 18조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2년 3개월 새 35조1000억을 사용한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전세사기 피해자 '선(先)구제 후(後)구상' 이라는 변수까지 생겼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은 주택도시기금으로 피해자에게 전세금 일부를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피해 주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수할 수 있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이는 데 기금 3∼4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금 여유자금이 급감하면서 국토부는 비상이 걸렸다. 주택도시기금은 결국 청약저축 예금자, 국민주택채권 매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다. 청약저축 금리를 높이거나 혜택을 강화하면 자금을 유입시킬 수는 있겠으나, 자칫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금리가 함께 올라갈 수 있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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