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를 촉발시켰던 서울 강남구 ‘르피에드 청담’ 개발 사업이 약 4600억원 규모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신세계그룹이 구원투수로 전격 나서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르피에드 청담은 서울 청담동 옛 프리마호텔(대지면적 5462㎡)을 헐고 최고 48층 안팎 고급 주거복합시설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2조원에 달하며 주거시설 분양가는 평균 100억원, 최고층 펜트하우스가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29일 땅집고와의 가진 통화에서 “대주단이 기존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최종 확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시행사(미래인)와 공동 개발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센터필드, 동서울터미널프로젝트 등 그룹 내 부동산 개발 사업을 도맡는 이마트 자회사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인 신세계가 참여하면 르피에드 청담 개발 사업이 정상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세계 측도 최근 영업실적 부진 등으로 경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과연 공동 개발할 여력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 신세계 “브릿지론 연장 전제로 사업 참여”
신세계가 르피에드 청담 사업 참여를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정용진 회장의 의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이번 프로젝트가 워낙 입지 여건이 좋은데다 신세계의 호텔 개발과 운영 노하우를 합치면 서울 최고의 프리미엄 주거복합시설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신세계는 옛 르네상스 호텔을 조선팰리스호텔로 성공적으로 재건축 경험이 있다.
실제로 일부 외국계 펀드들은 이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투자회사 관계자는 “외국 자산운용사들이 이번 브릿지론 만기 연장 실패로 사업 부지가 공매에 넘어가면 절반 가격 정도에 살 수 있기 때문에 내심 공매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르피에드 청담은 지난해 10월 최대 채권자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브릿지론 만기연장에 반대해 사업이 무산 위기를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시행사 미래인은 가까스로 브릿지론 만기를 올해 5월16일까지 연장했다. 다행히 급한 불은 껐지만, 최근까지도 사업 재개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세계프라퍼티가 시행사 미래인과 공동 개발하는 방향을 검토한다고 알려지면서 사업 정상화 가능성이 열리게 된 셈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다양한 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일단 기존 브릿지론 연장이 성사되면 시행사와 공동 개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브릿지론 연장이 확실히 정해져야 이후 정식 계약을 맺고 추진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신세계, 자금 여력 충분하다지만…일각선 갸웃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가 최근 적자 늪에 빠지면서 과연 구원투수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단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매출액 2324억원, 영업이익 56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8%, 영업이익은 357% 각각 증가했다. 다만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첫 영업 손실을 보였다. 본업인 이마트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27% 감소한 188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올 2월 부채 감소를 위해 신세계건설 레저부문은 매각했다. 신세계프라퍼티도 이미 대규모 사업을 여럿 벌려 차입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당장 오는 2025년까지 광주광역시, 인천 청라, 경남 창원 등 3곳에서 스타필드 개발에만 약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4조6000억원 규모 경기 화성국제테마파크 조성까지 포함하면 7조원 넘는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은 한꺼번에 자금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계획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신세계의 참여가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업성이 갑자기 나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지를 공매에 넘기는 방안도 여전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같은 대기업이 사업에 참여하면 브릿지론 연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은 맞다”며 “강남권 하이엔드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고 사업 입지가 우수해 신세계의 여력만 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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