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불 켜진 창문 자세히 보니 '임대'? 기발한 광고에 만실된 여의도 건물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4.29 17:00 수정 2024.04.29 18:00
[땅집고] 서울 여의도 인근 도시형생활주택 ‘엔비어스 파크’ 건물에 점등으로 ‘임대’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와, 아파트 광고 스케일이 다르네. 그야말로 건물주만 할 수 있는 신박한 광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건물주만 가능한 광고’라는 제목이 달린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다. 이 사진을 보면 한 공동주택이 야간에 일부 가구에 불을 밝혀 ‘임대’라는 글자를 만든 것.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임대 광고판인 셈이다.

땅집고 취재 결과, 이 건물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에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 ‘엔비어스 파크’다. 지상 17층 총 236실로 2020년 11월 입주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영등포 방향으로 여의2교를 지나다 보면 이 단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동쪽으로 샛강을 끼고 있고, 걸어서 여의도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에 2020년 준공한 도시형생활주택 ‘엔비어스 파크’ 위치. /네이버 지도


다만 사진처럼 일부 가구에 불을 밝혀 ‘임대’ 글자를 새긴 시기는 준공 직후인 2020년 10~11월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동진개발이 2016년 엔비어스 파크를 민간임대주택으로 운영하면서 임차인을 빠르게 모집하기 위해 이런 마케팅 기법을 고안해낸 것.

동진개발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가진 통화에서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전단을 돌리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어, ‘엔비어스 파크’가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홍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점등 기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마케팅 덕분인지 3~4개월여 만에 236실 모두를 임대 완료했고, 지금도 만실 운영 중”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 ‘엔비어스 파크’ 주택 내부. /KD리빙 홈페이지


엔비어스 파크는 대부분 월세로 운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원룸형인 전용 16㎡(8평)가 올해 3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9만원에 거래했다. 아일랜드 테이블로 거실과 주방을 분리하고, 침실 1개가 딸린1.5룸형 전용 33㎡(16평)는 올해 2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네티즌들은 “정말 건물주라서 할 수 있는 광고같다, 너무 신기하다”, “여의도 한복판에서 저런 방식으로 임대 광고를 하다니 효과가 대단할 것 같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엔비어스 파크’ 건물 가격은 216억여원이며 토지는 공시가격으로 96억여원이다. 동진개발은 매년 임대수익으로 23억여원을 올린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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