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돈줄 마른 PF 사업장, 신탁사가 제시하는 자금난 해소 방안은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4.04.26 11:04 수정 2024.04.26 11:09
[땅집고] 이달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무궁화신탁 본사에서 이형규 무궁화신탁 전략도시사업부문 대표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공사 도중 돈줄이 막혀 진행이 어렵다면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습니다. 공사를 마치고 나면 분양 전환이 되는데다 세제 혜택까지 볼 수 있어 최근 전국적으로 부실 사업장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형규 무궁화신탁 전략도시사업부문 대표)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면서 채권 회수가 어려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NPL(부실채권)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NPL 규모가 급증하는 반면 낙찰률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궁화신탁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대비 2023년 공매 진행건수는 331건에서 1193건으로 282% 증가한 데 비해 공매 낙찰 건수는 154건에서 216건으로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형규 대표는 “NPL 규모는 늘고 있지만, 미분양 리스크가 크다 보니 낙찰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본 PF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의 경우 지역주택조합이나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방식을 통해 선분양하는 식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달 29일 오후 2~5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 국제회의장에서 한국NPL솔루션포럼이 한국노동경제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혼돈의 한국NPL 시장, 지금이 기회인가? 위기인가?’ 공개 세미나에서 ‘위기의 부동산 시장, 신탁사 역할 확대를 통한 NPL 해법 찾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이번 행사는 무료이며 NPL 시장에 관심있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한국NPL솔루션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에서 참가 신청하면 된다.

이 대표는 1991년 신명종합건설 경영기획실장, 2010년 한국자산신탁 팀장을 거쳐 현재 무궁화신탁 전략도시사업부문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최근 NPL 시장 동향과 신탁사를 통한 부실 사업장의 사업성 개선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으로 NPL 시장 규모가 계속 확대하고 있다. 최근 NPL 시장 분위기는.

“작년 한 해 발생한 NPL 규모가 4조원 정도다. 그런데 올해 1분기에만 2조원 규모가 쌓였다. 1년 새 무시무시한 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매물이 쌓이는 속도에 비해 적체량은 심각하다. 낙찰을 받아도 미분양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니 투자자들이 쉽사리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수도권 시장은 비교적 상황이 낫지만, 지방은 사실상 ‘산소호흡기’를 낀 수준이라고 빗댈 수 있다.”

-매물 대비 낙찰 건수도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무궁화신탁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2년 공매 진행건수는 331건이었고 2023년에는 1193건으로 282% 급증했다. 하지만 이에 비해 공매 낙찰 건수는 154건에서 216건으로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건은 쌓이고 있지만, 낙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자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대형 증권사가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고 하는데.

“정부가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리먼 브라더스 사태때 세금 규제 완화 등 넓은 폭의 지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지금은 그 수준에 못 미친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펀드 조성에 나서고는 있지만 수도권에 있는 NPL에만 제한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 NPL 시장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NPL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어떤 개선책이 필요할까. 금융당국이 제시한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은 ‘O, X게임’처럼 이분법적이지 않다. NPL의 경우에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살려줘야 하는데, 지금은 별도의 옥석가리기를 진행하지 않고 자연 도태하도록 두는 기조다. 미국 금리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큰 상황이니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에는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 기관을 통해 NPL을 유입하는 방향을 제시했었다. 이번에도 기관 차원에서 살릴 사업장은 선별해 살려줘야 한다. 그게 경제 전반에도 도움이 된다.”

-시장에서 신탁사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업장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건 결국 불확실성 때문이다. 신탁사는 본질적으로 ‘금융회사’다. 사업 지원자로서 사업이 중단된 현장에 돌파구가 될 만한 파생상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본 PF로 넘어가는 게 워낙 어렵다 보니 지역주택조합과 민간임대 협동조합 방식을 통해 자금 조달하는 방식을 권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민간임대 협동조합은 세입자를 미리 선점하는, 이른바 ‘선분양 방식’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다. 신규 PF 없이도 자금 여유를 가지고 사업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민간임대 협동조합 사업의 경우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아파트 최초 공급가의 일부만 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거주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임대기간이 지나면 분양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세입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다만 아직 신규 사업이라 제도가 미비한 만큼 토지 소유권 확보나 건축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사업 후반 준공필수사업비가 부족할 수 있어 사업비 확보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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