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총 사업비 2조원 규모 민관PF 도시개발사업인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시행을 맡은 의왕백운PFV가 2014년 출범 후 10여년 동안 264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거머쥔 것으로 확인됐다. 적게는 2억원, 많게는 11억원 자본금을 투자했던 민간업체들은 배당금으로 최대 61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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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배당금의 출처는 바로 부지 매각이다. 의왕백운PFV가 당초 백운밸리 입주민들을 위한 기반시설을 짓기로 계획했던 지식문화지원시설 부지 용도를 주거용으로 변경한 뒤, 부동산 개발회사들에 팔아서 받은 현금을 주주사들에게 배당한 것. 현재 미개발 부지로 남아있는 A1블록(공공임대주택용지)과 지식문화지원시설4(의료복합시설용지) 역시 의왕시·국토교통부 협의를 거쳐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 뒤 매각될 전망이다.
■ 백운밸리 땅, 줄줄이 용도변경으로 수천억에 팔아넘겼다
백운밸리는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남쪽 학의동 일대 95만4979㎡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서 개발하는 미니 신도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4080가구와 의료시설·호텔·비즈니스센터 등을 함께 짓는 지식문화복합도시를 목표로 계획됐다. 총 사업비 2조198억원으로 의왕시 역대 최대 규모 도시개발사업이다. 2012년 당시 김성제 의왕시장이 도시개발계획 승인을 받고 민관합동 PF사업으로 추진했다.
백운밸리 사업 시행사는 2014년 설립한 의왕백운PFV. 지분 49%를 가진 의왕도시공사를 주축으로 하며, 민간 기업은 ▲개성토건 22% ▲비더블유매니지먼트 14% ▲미주산업개발 5% ▲케이프투자증권 5% ▲롯데쇼핑 2% ▲효성 2% 등이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백운밸리가 당초 계획과 달리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의왕백운PFV가 도시 기반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던 지식문화지원시설 부지들을 개발 사업성이 높은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한 뒤 민간 시행사에 줄줄이 매각하면서다.
실제로 호텔 등 업무시설을 짓기로 했던 지식문화지원시설 2부지는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인 MDM에 4100억원에 팔렸다. 현재 MDM은 이 땅에 843실 규모 주거형 오피스텔과 536가구의 임대형 노인복지주택 등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짓고 있다. 이어 상업시설이 들어설 계획이었던 지식문화지원시설 1부지는 1730억원에 인창개발에 넘어간 뒤 총 452실 규모 오피스 건물로 개발 중이다.
이렇다보니 현재 백운밸리는 아파트 8개 단지, 총 4000여가구가 입주를 마쳤지만 입주민 생활 편의를 높이는 마땅한 기반시설이 없는 ‘반쪽짜리 신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남아있는 미개발 부지는 크게 5400여평 규모 공공임대주택용지인 A1블록과 당초 종합병원을 짓기로 했던 지식문화지원시설 4부지 두 곳 뿐이다.
■ 자본금 50억 넣고 2630억 배당 챙겨…민간기업 투자 대박
의왕백운PFV가 백운밸리 기반시설 부지를 매각해서 얻은 현금은 과거 PFV에 참여했던 기업들에 배당금으로 돌아갔다.
올해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의왕백운PFV가 설립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주주사들에게 배당된 현금은 총 2637억4616만원이다. ▲2019년 71억5000만원 ▲2021년 335억9616만원 ▲2022년 1815억3400만원 ▲2023년 414억6000만원 등이다.
업계에선 민간 주주사 대부분이 PFV 설립 당시 부동산 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신생 기업임에도 굵직한 지분을 차지하고, 자본금으로 불과 2억~11억원을 투자한 뒤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거머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의왕백운PFV 지분 22%(자본금 11억원)을 보유한 개성토건은 배당금으로 총 610억원 이상을 받아갔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650위인 건설사로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어 PFV 설립년도와 같은 해에 생겨난 비더블유매니지먼트(지분 14%)는 7억원을 투자해 배당금 약 388억원을, 미주산업개발(지분 5%)은 2억5000만원 투자로 배당금 55억5000만원 정도를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의왕백운PFV는 주주사들에게 약 414억원을 배당하고, 사업 자산관리사 격인 의왕백운AMC에 수수료 44억여원을 현금으로 지급한 뒤 자본잠식 상태다. 백운밸리 사업이 미매각 용지 처분 등 마무리 단계만 남겨둔 영향으로 풀이된다.
■ 남은 2개 용지도 매각 절차 밟을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린벨트를 풀어 지식문화복합도시를 만든다는 취지로 추진했던 백운밸리 사업이 민간기업의 개발이익을 위한 사업으로 둔갑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민간 주주사들이 PFV에 참여해 부지를 용도변경한 뒤 높은 가격이 매각해 이익을 극대화하는데도 의왕시·의왕도시공사 등 관 차원의 감시가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왕백운PFV는 앞으로 백운밸리에 남아있는 미개발 부지 2곳에 대한 매각을 마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인허가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 먼저 감정평가액 550억원짜리 공공임대주택용지인 A1블록의 경우 국토교통부를 거쳐 공공지원 및 민간임대부지로 변경한 뒤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의왕백운PFV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1350억원 규모인 종합병원 땅에는 올해 3월 한 생식·건강기능식품 관련 기업이 300병상 규모 의료시설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현재 기업 측에서 부지 용도변경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의왕시 등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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