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부동산 대전망 ⑥]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 반등 신호 있지만 추격매수는 피해야” |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주택시장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요자들의 심리도 점차 개선되고 있고 거래량도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본격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적체된 매물이 많은 데다, 주말에 불거진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고금리가 여전히 부담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장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는 거래량은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304건으로 전달(2503건)을 넘어섰다. 3월 계약분 신고 기한까지 보름 정도 남은 것을 감안하면 최종 거래량은 3000건 후반대에 육박 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2월 1824건으로 저점을 형성한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인다.
경기도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지역 3월 아파트 거래량은 8783건으로 전달(7601건)을 넘어섰다. 실제 가격도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반등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꿈틀거리는 것은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효과에 전세 가격 상승, 그리고 분양가 급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보니 아예 급매로 나온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금은 본격 상승세 전환으로 보기에는 힘들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무엇보다 시중에 풀리는 통화량이 늘지 않고 고금리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여러 연구 논문을 보면 주택시장에 크게 미치는 금융변수로 M1(협의통화), M2(광의통화), 가계대출, 기준 금리 등 4가지를 꼽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M1은 1204조원 가량 으로 1년 전보다 고작 0.4% 늘어났다. 같은 달 M2는 3906조원 가량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2.9%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M2가 연평균 10%씩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도 1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미국 금리가 고공비행하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 2024년 우리나라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변동의 상관계수는 0.94에 달한다. 채권시장도 주식시장처럼 글로벌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 국채금리는 물론 다른 채권금리에도 연쇄적으로 오르기 마련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자꾸 늦어지고 있어 국내 부동산시장 회복도 그만큼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금융변수는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자금)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요즘 부동산이 실수요보다 투자 상품화하면서 금융변수의 비중이 높아졌다. 일부 상승거래가 된다고 하더라도 유동성이 받쳐주지 못하는 이상 상승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둘째, 수요자들의 심리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 4월 총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소 둔화할 수 있다. 상반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설도 회복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PF 위기는 이미 다 지어진 재고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기 보다는 간접적이다.
PF 위기로 집값이 무조건 빠진다는 생각은 단순 도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부산저축은행 등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2011년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1년간 6.5% 올랐다. 건설경기와 부동산경기가 따로 놀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두 시장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심리적으로는 영향을 줄 전망이다.
셋째, 팔리지 않고 적체되는 매물이 많다는 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아파트 매물량은 8만3.242건으로 지난해 12 월 말(7만5,117건)보다 11% 정도 늘어났다. 매물이 늘어나면 시장이 급반등하기 어렵다. 다 만 집주인들이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시세보다 높게 매물을 내놓고 있어 매물증가가 곧바로 급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요자들의 가격에 대한 저항감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에선 아파트 값이 지난해에 상승(실거래가 기준 10%)하면서 수요자들이 가격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종합할 때 서울과 수도권에선 급락보다 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바닥 다지기가 진행될 것이다.
올 한해는 고금리 부담으로 소폭 하락과 상승을 오가면서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본격 회복은 금리가 체감적으로 낮아지고 준공물량이 줄어드는 내년 이후로 미뤄야할 것 같다.
요즘 주택시장은 지역별로 분화되면서 울퉁불퉁한 모습이다. 미분양이 넘치고 지역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 주택시장은 조정이 좀 더 이어질 것이다.
올해 내 집을 꼭 장만하려는 수요자들은 타이밍과 가격을 함께 보고 접근하는 게 좋다. 특히 타이밍은 잡기 어려우므로 가격 메리트를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라고 권하고 싶다. 추격매수보다 급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장이 불확실하니 그 위험만큼 매입가를 낮추라는 얘기다. /글=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정리=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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