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임대아파트 입주했는데 경찰이 감시? "아주 불쾌" 한 탈북민의 고백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4.13 07:30
/연합뉴스


[땅집고] “불쾌한게, 아파트 입구를 왜 경찰이 지키고 있는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대아파트 배정받은 후 불쾌한 게 있었던 탈북민’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북한에서 철도방송원으로 일하다가 가족들과 목숨을 걸고 탈북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임대광씨의 사연이다. 2022년 4월 유튜브 채널 ‘유미카’에 출연한 임대광씨는 탈북 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아 생활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의 문화가 너무 달라 혼란을 겪었던 경험담을 솔직히 털어놨다.

[땅집고] 탈북민 정착 교육 기관인 경기 안성시 '하나원' ./오종찬 기자


대한민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원활한 남한 정착을 위해 이들에게 임대아파트를 지원해주고 있다. 탈북자들은 먼저 국정원이 운영하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에 이송돼 1개월 정도 조사를 받는다. 이 조사가 끝나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기본교육을 3개월여 받고, 하나원을 퇴소할 때 원하는 거주지역을 3곳까지 정해서 제출한다.

제비뽑기 방식으로 희망 지역 임대아파트를 배정해주기 위해서다. 지역별 임대아파트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3~21평을 1가구 당 1채씩 받는다.

탈북민 임대광씨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임대아파트에 살게 됐다. 그는 남한의 임대아파트가 북한 아파트에 비해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임대광씨는 “집이 12평으로 좁았지만, 벽을 두드려봤는데 단단하더라. 비 새는 흔적도 확인했는데 하나도 없었다”며 “북한은 벽이 허접해서 무너지고, 미장한 것이 떨어지며 벽지도 들뜬다”고 했다. 이어 그는 “스위치를 눌러보니 변압기가 없어도 불이 밝았다”며 “북한은 아파트 전압이 약해서 어쩌다 불이 들어오고, (같은 아파트 주민들끼리) 서로 전기를 당기니 벽에서 빨간 전기선이 거미줄처럼 나와있다”고 했다.

임대광씨에 따르면 북한에선 아파트에는 집 안에 화장실이 있지만, 비(非) 아파트는 화장실이 외부에 있다. 볼일을 보면 물을 바가지에 담아 처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임대광씨는 “여기(남한)은 화장실에서 물이 쫙 내려가고, 이제는 압록강에 물 길러 갈 일이 없겠구나 했다”며 “우리가 정말 잘 사는 세상에 왔다고 생각했다”는 소회를 밝했다.

[땅집고] 탈북민 임대광씨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아 거주하는데 출입문에서 경찰을 마주했다고 소회하고 있다. /유튜브 유미카


다만 임대광씨는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지 얼마 안됐을 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출입문에 웬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지키고 서서, 임대광씨가 아파트를 드나들 때마다 ‘몇 층 몇 호로 올라가느냐’고 물었던 것.

임대광씨는 “아파트에 들어오는데 어떤 경찰이 턱 제복을 입고 서있더라”며 “아무리 국정원 조사를 통과했어도 역시 이 남조선이 우리 북한 사람들을 믿지 않는구나, 그러니까 경찰이 쭉 문을 지키고 앉아있구나”라고 했다. 이어 “경찰 아바이(할아버지)가 딱 앉아있는데 어떨 때는 나를 못본다. 그러면 그 밑으로 (허리를 숙이고) 계단으로 살살 올라갔다”며 “몇 번 나갔다 오면 꼭 기록해서 나를 조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싫더라, 감시 사회를 피해서 왔는데…”라고 말했다.

[땅집고] 탈북민 임대광씨가 임대아파트 출입구를 지키는 경찰을 피해다닌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유튜브 유미카


다만 임대광씨가 임대아파트를 지키는 경찰을 볼 때마다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금테가 둘러진 경찰 제복을 입고 있지만 권총은 차고 있지 않았고, 주로 어르신이라 경찰치고는 조금 힘이 없어 보였던 것. 임대광씨는 “아파트를 지키는 정도의 경찰은 퇴직을 앞두고 연로보장을 받기 전 노련한 사람들인 줄 알았다”고 했다.

궁금증이 극에 달한 임대광씨는 어느날 “왜 경찰들이 이렇게 아파트를 지키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비아저씨밖에 없는데, 어디 경찰들이 있느냐”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임대광씨가 경찰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이었던 것. 경찰복인 줄 알았던 옷은 유니폼인데, 이 날 단체복을 뜻하는 유니폼이라는 단어도 처음 알았다고 전했다.

[땅집고] 탈북민 임대광씨가 자신을 감시하는 경찰인 줄 알았던 인력이 아파트마다 고용하는 경비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놓았다고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유미카


임대광씨는 “아파트를 왜 지키냐고 물어봤더니, 택배도 그렇고 (단지 내부 업무를 관리할 일이 있다) 얘기해주더라”며 “아파트마다 거의 다 그렇다고 해서, 그 때 납득이 가서 좀 마음을 놓게 됐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 게시물을 접한 대부분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아파트 생활 양식을 잘 모르는 탈북민 입장에선 경비원이 두려웠을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댓글에선 “충분히 그럴만 하다, 실제로 아파트마다 자동차가 방문하면 출입 기록하고 앞에서 확인 받고 들어가기도 하지 않느냐”, “북한은 노동 당원들이 야간에 불시에 순회점검을 오는데, 문 열어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열어줘야 하는 구조라 탈북민 입장에선 대한민국도 집집마다 감시하는 인력을 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나원에서 이제 이런 문화도 가르쳐줘야겠다”는 등 의견이 눈에 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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