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의 세무톡톡] ‘박연차 게이트’ 태광실업 상속세 6264억, 현금 대신 주식 납부 시도 무산
[땅집고] 사망하면서 무려 1조2942억원에 달하는 상속재산을 남기고 떠난 고(故) 박연차 태광실업(현 TKG태광) 회장. 남긴 재산이 많은 만큼, 유족들이 내야 하는 상속세도 6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부담을 느낀 유족들이 국세청에 이 상속세를 현금 대신 회사 주식으로 내겠다는 ‘물납신청’ 의사를 했지만, 국세청과 감사원이 올해 2월 이를 거부했는데요.
박연차 회장은 2009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연차 게이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입니다. 1971년 정일산업을 창업하고 1980년 태광실업으로 사명을 바꾼 뒤, 글로벌 1위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신발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조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어요. 그런데 2009년 노무현 정부 당시 박연차 회장이 정재계 인사들에게 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터지면서 구속 기소됐고,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묵숨을 끊어 전국민에게 충격을 줬죠.
박연차 회장은 2020년 1월 지병인 폐암으로 별세했습니다. 남긴 상속 재산은 무려 1조1942억원. 재산을 물려받게 된 박연차 회장의 자녀들은 이에 대한 상속세로 6264억원을 신고했습니다. 다만 이 세금을 모두 현금으로 내는 대신, ▲부동산 238억원 ▲비상장주식 3543억원 등으로 3781억원을 물납한 뒤 나머지 438억원만 현금으로 납부하겠다며 국세청에 2021년 8월 물납신청했어요.
원칙대로라면 상속세는 일시에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 부담이 너무 큰 경우를 고려해 국가가 제시한 대안책도 있습니다. 상속인이 일정 요건을 갖추는 경우라면 분납·연부연납·물납으로 내게끔 배려해주는 건데요. 상속재산을 보호하고 납세의무의 이행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상속세와 증여세 세액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라면 납부기한이 지난 뒤 2개월 이내에 두 번에 걸쳐 나눠서 납부하는 ‘분납’이 가능합니다. 분할납부할 수 있는 세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납부할 세액이 2000만원 이하라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 ②납부할 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한다면, 그 세액의 50% 이하의 금액으로 나눠서 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상속세가 1800만원이라면, 세액이 2000만원 이하이니 첫 번째 세금으로 800만원(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낸 뒤 나머지 1000만원을 내는 방식입니다. 만약 상속세가 2400만원이라면, 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니 첫 번째 세금으로 전체 세액의 50%인 1200만원을 낸 뒤 두 번째로 나머지 1200만원을 내면 되겠죠.
‘연부연납’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담보를 제공하고 장기간에 세금을 나눠서 내는 방식입니다. 만약 연부연납 허가를 받았다면 최대 10년(가업상속 재산의 경우 최대 20년)으로 나눠서 상속세를 낼 수 있는데요. 2개월 이내 분납의 경우 가산금이 없지만, 10년 이상 장기간 세금을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은 연 2.9% 이자율을 적용한 가산금이 매겨집니다.
상속세의 경우 분납과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현금으로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상속재산 중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동산 혹은 유가증권의 가액(비상장주식 등 제외)이 2분의 1을 초과하거나,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 가액 중 금융재산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라면 현금 외 재산으로 세금을 내는 ‘물납’이 가능합니다. 이 때 물납하는 재산은 저당권 등 재산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묘지가 설치되있거나 무허가인 부동산, 혹은 상장 폐지·사업자등록 말소·결손금 발생 등 문제로 현금화하거나 관리·처분이 부적당한 재산은 국세청이 받지 않을 수 있어요.
박연차 회장은 2020년 1월 사망하면서 상속재산 1조2942억원을 남겼고, 같은해 11월 유족들이 상속세로 6264억원을 신고했어요. 하지만 국세청이 상속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속재산가액이 1조2977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세액도 6365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상속세가 기존 대비 101억원 불어난건데요.
물납 제도를 활용해 대부분 상속세를 부동산과 비상장주식으로 대체했던 박연차 회장의 자녀들은 이 101억원 역시 비상장주식 4만9863주(1주당 20만2500원)으로 물납하겠다고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를 거부하고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거절했어요.
이에 유족들이 감사원에 “101억원이라는 추가 상속세 역시 현행 세제상 물납 요건을 갖추고 있고, 최초 상속세 신고할 때도 비상장주식을 물납했으므로 추가분 역시 주식으로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물납신청을 받아들여달라는 내용으로 심사청구를 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역시 올해 2월 물납 불허 결정이 정당하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어요. 전 물납허가 처분이 차후 물납허가 처분을 구속할 수 없고, 국세는 현금 납부가 원칙이며, 박연차 회장의 자녀들이 현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무려 6000억원이 넘는 태광실업의 상속세 납부 과정이 참으로 험난하기만 합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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