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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년 역사 하남 '구산성당' 철거위기에 하루 12m 이사로 원형보존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4.13 07:30

[땅집고] 경기 하남시 구산성당. /하남시


[땅집고] 경기 하남 미사신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구산성당’. 화려한 장식이 없는 조그마한 성당으로, 높게 솟아오른 뾰족한 첨탑 하나를 갖춘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총 면적 199㎡(36평)인 작은 성당이지만 뿌리는 깊다. 건물이 본격 지어진 지는 올해로 68년째지만 성당 출범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188년이나 됐다.

구산성당은 조선 후기 발생한 천주교 탄압 사건인 기해박해 이전인 1836년,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을 중심으로 교우촌이 형성되면서 공소(公所·신부 없이 신도들만 모이는 형식의 천주교 공동체) 형태로 시작했다. 종교 박해를 이겨낸 이 성당은 공소 설립 120년 만인 1956년에야 제대로 된 건물을 짓고, 1979년 본당으로 승격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나는 만큼 다양한 영상물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1999년 드라마 '고스트' 촬영지를 시작으로 시트콤 '점프', 드라마 '아내의 유혹', '너는 내 운명' 등 유명 작품들이 구산성당에서 촬영했다.

[땅집고] 경기 하남시 미사신도시 전경. /하남시


그런데 이 구산성당이 철거 위기에 내몰렸던 적이 있다. 2009년 구산성당 부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하는 경기 하남시 미사공공주택지구에 포함된 것. 택지지구 내 소유자들에 대한 보상 및 철거 절차를 밟은 LH는 구산성당 역시 자족 기능 확보 시설 용지로 개발한 뒤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문화적ㆍ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존치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보존될 수 있지만, 구산성당은 인근 주민들 재산권 문제가 터지면서 향토문화유적으로 지정되지 못해 철거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구산성당의 역사를 고려해 건물을 보존하자는 의견에 점점 더 힘이 실렸다. 논란 끝에 구산성당 건물을 그대로 들어서 다른 부지에 옮기는 방식이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건물을 아예 신축하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지만, 구산 교우촌의 역사와 신자들의 추억이 담긴 만큼 상징성이 큰 건물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서다

[땅집고] 2017년 경기 하남시 구산성당에서 관계자들이 이축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산성당은 2016년 12월부터 '드잡이 레일이동 공법'을 활용해 원래 자리에서 약 200m 떨어진 현재 장소로 이동하게 됐다. H빔 철근 위에 성당 건물을 통째로 올려놓은 뒤 들어서 옮기는 방식이다. 주로 전통 목조 건물에 사용하는 기술인데, 구산성당 건축 구조가 무근 콘크리트 줄기초 위에 시멘트 벽돌을 쌓은 조적 구조라 이런 공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 .

딩시 시공사이자 문화재 전문 보존업체인 ㈜티엠새한은 무게 180톤에 달하는 구산성당을 옮기기 위해 3개월에 걸쳐 구조물을 보강하고 건물 바닥을 지반에서 분리했다. 이후 이동할 경로의 지반을 평탄하게 고르고, 건물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르래와 와이어, 6개의 모터를 활용해 하루 12m씩 이동시키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 작업을 위해 이축 경험이 많은 해외 전문회사의 도움도 받았다.

[땅집고] 경기 하남시 미사신도시에 있는 구산성당. /하남시


지난해 3월 경기도는 구산성당이 근대 문화 유산의 보존방법으로 원형 이축을 제시한 새로운 사례라고 평가하고, 자체 지정하는 18번째 등록 문화재로 선정했다. 하남시 건축물 중에서는 최초다.

하남시는 앞으로 문화재인 구산성당의 재난안전방지 관리를 위해 방재시설을 조성하고, 연구 보존을 위해 꾸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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