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압구정 130평 땅 날로 먹으려던 유치원, 도리어 '18억' 물어낸다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4.12 10:58 수정 2024.04.12 11:12

[땅집고] 수도권의 한 유치원 내부 모습.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SBS


[땅집고] 서울 압구정 땅 130평을 40년 동안 무단으로 사용해온 유치원이 변상금으로 18억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치원 측이 현행 ‘점유취득시효 제도’를 근거로 오랜 기간 땅을 점유한 만큼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나섰지만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

A씨 부부는 1978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내 부지와 건물을 분양받아 40년 넘게 유치원을 운영해왔다. 당시 부지 주변에 울타리가 설치돼있었고, 여기에는 서울시 소유의 공유지 424㎡(약 128평)가 포함됐다. A씨 부부는 이 땅에 부대시설 개념으로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수영장과 모래놀이장 등을 설치하고 마치 유치원 부지처럼 사용했다.

이들 부부는 2018년 서울시를 상대로 이 땅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내용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는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점유취득시효란, 부동산 소유자 의사와 상관 없이 타인이 해당 부동산을 20년 넘게 점유했다면 그 점유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폭력이나 물리적인 힘을 활용해서 땅을 강제로 점유한 경우가 아니면서, 소유자뿐 아니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20년 이상 점유한 경우라면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한다.

[땅집고] 점유취득시효의 정의와 성립 요건. /이지은 기자


하지만 1심에서 법원은 A씨 부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매수한 토지 지번이 특정되지 않아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그동안 점유했던 울타리 내 토지 전부를 이전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2심 역시 A씨 부부가 분양 계약 당시 매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땅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패소 판결했다.

이후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A씨 부부가 2016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5년간 공유지를 무단 점유한 데 대한 변상금 18억6000여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현행 지방재정법상 변상금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5년인 점을 고려해 책정한 금액이다.

[땅집고] 강남 압구정 130평 두고 벌어진 A씨 부부와 서울시·SH간 소송전 정리. /이지은 기자


깜짝 놀란 A씨 부부는 SH가 매긴 변상금 부과가 위법하고 액수도 과도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부지 내 놀이터와 해당 토지를 오가며 노는 경우가 있어 벤치 등을 설치했을 뿐”이라며 “이 면적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사용, 수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유지를 점유했는데도 서울시가 이에 대해 40년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점유를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 아니냐”며 “변상금 부과는 신뢰 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했다.

하지만 행정소송 결과 법원은 SH가 A씨 부부에게 청구한 18억원대 변상금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치원 측에서 해당 토지에 여러 놀이시설을 설치했고, 울타리로 인해 외부인들이 이곳에 자유롭게 출입하거나 이용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 토지 부분 전체를 유치원 부지로 사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국가가 국유재산을 무단 점유하는 자를 장기간 방치한 뒤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신뢰 원칙에 반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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