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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실험, "건설업에 IT산업 혁신성장 DNA 접목시켜라"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4.04.08 07:30

[건설사 기상도] DL이앤씨의 CEO에 LG전자 출신이 발탁된 이유?

[땅집고] DL 사옥 디타워 돈의문. /DL이앤씨


[땅집고] DL이앤씨 (DL E&C)가 20명에 가까운 임원을 물갈이한 이후, LG전자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건설업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 이해욱 회장의 굳건한 신념, “건설업에 혁신 성장의 DNA를 접목하라”

지난 7일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단순 건설업에서 탈피하는 혁신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재무위기 등 건설업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데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줄곧 건설사 경력자나 내부 인사 대신 LG전자 출신을 DL이앤씨 대표이사 자리에 앉히고 있다.

이 배경에는 전통적으로 변화를 두러워하는 건설업에 혁신 성장을 생명으로 하는 IT기업의 DNA를 접목시키기 위한 이 회장의 철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화를 중시하는 ‘LG맨’에 대한 신뢰도 한 몫했다. LG는 이 회장의 처가다. 이 회장의 부인 김선혜씨는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여기에 그동안 마창민 전 대표이사와 남용 전 고문 등으로 쌓인 신뢰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마 전 대표는 2021년 인적분할과 대림산업에서 DL이앤씨로 사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초대 DL이앤씨 대표를 맡았다. 마 전 대표는 3년간 주택비중을 줄이고 플랜트와 친환경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데 집중했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평사원을 뽑을 때도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데, 오너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고 믿을 만한 사람을 대표에 앉히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이 건설업에만 매달리다가 워크아웃 사태를 맞은 대우건설, 현대건설의 위기를 지켜보면서 건설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혁신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판단, 다른 업종의 전문가를 CEO로 영입했고 실제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 출신 CEO 영입은 건설업의 위기국면에서 빛났다. 실제로 경쟁사들이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에서 불꽃튀는 수주 경쟁을 펼칠 때 DL이앤씨는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1분기 기준으로 DL이앤씨 수주고는 2022년 8627억원에서 2023년 4762억원으로, 올해 0원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한 건의 마수걸이 수주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DL이앤씨는 주택사업에서 힘을 빼고 플랜트 부문에 올인했다. 지난해 DL이앤씨의 전체 수주액은 전년보다 34%가량 오른 11조6088억원으로 나타났다. 플랜트 부문 수주실적은 3조460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뛰었다. 반면 주택 부문은 6조7192억원으로, 6% 증가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다른 건설회사들이 미분양 급증과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부문이 적자가 누적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DL이앤씨는 낮은 차입 부담과 양호한 사업 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땅집고] 서영재 DL이앤씨 사내이사./DL이앤씨


■‘LG 재무통’ 서영재 등판…마창민ㆍ남용 등 10여 명 대규모 퇴임

DL이앤씨는 지난 3일 서영재 LG전자 전무를 신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고 공시했다. 서 내정자는 다음달 10일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앉을 예정이다.

서 내정자는 1967년 9월생이다. 경북대 전자공학과와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전문대학원를 졸업했다.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TVㆍAVㆍIT사업부장, 본사 최고전략책임자 부문과 비즈인큐베이션 센터장 전무 등을 지냈다. 기획ㆍ재무ㆍ경영 업무를 두루 담당해 ‘전략기획통’으로 불린다.

앞서 DL이앤씨는 임원 10여 명에 대한 비정기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전체 미등기 임원 57명 중 30%에 가까운 임원을 구조조정한 것이다. 퇴임 명단에는 박경렬 재무관리실장(CFO)을 비롯해 주택과 토목, 플랜트, 경영지원 등 모든 사업본부 임원이 올랐다. 특히 며칠 뒤 마 전 대표와 남 전 고문도 사퇴하며 대규모 퇴임이 이뤄졌다.

마 대표는 지난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지 불과 10여 일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남 고문 재선임 불발이 마 전 대표의 사임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두 사람은 LG전자 출신이다. 남 전 고문은 대림산업 시절 마 전 대표를 데려온 인물이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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