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도심 공원 확보 좋지만 멀쩡한 파출소 옮긴다니…"치안 공동화 우려돼"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4.04.06 07:30


[땅집고] 지난 4일 점심 무렵, 서울시청에서 청계천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다동소공원’에 들렸다.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나무 뒤로는 고층 업무 시설이 보였다. 공원 입구에 있는 파출소와 오래된 음식점이 있는 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20층 이상 빌딩이었다. 이 공원은 적잖은 수의 나무를 품고 있었지만, ‘빌딩 숲’ 아래에 있어 그늘이 져 있었다.

서울시가 도심 속 녹지를 늘리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서울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이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시의 첫 사업을 완수하려면 파출소를 이전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고층 업무시설이 빼곡히 들어선 도심이라서 빈 땅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 일대는 광화문과 시청에서 열리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몰리는 곳이라서 치안 수요도 높다. 서울시의 공원 사업으로 인해 경찰 관할지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다동소공원은 1973년 구역 결정이 된 ‘무교·다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일부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파출소와 공원, 공영주차장이 혼재된 현 상태로 남았다. 시에 따르면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지정된 면적은 총 3936㎡다. 현재는 이중 1929㎡만 공원으로 활용 중이다.


■ 다동근린공원, 서울시 ‘녹지 재창조 전략’ 시범사업

서울시는 ‘다동근린공원 조성계획 결정(최초) 주민의견청취 재열람공고’를 지난 달 28일 게재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시는 다동 33-5번지 총면적3936㎡에 걸쳐 기반시설과 조경시설, 휴양시설, 녹지 등을 조성한다.

다동근린공원 조성계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4월 발표한 ‘서울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전략은 건축물 높이(90m 이하)와 용적률(600% 이하) 등 기존 건축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를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 도심 전체를 녹지로 연결한다는 게 골자다.

시는 이를 통해 현재 3.7%에 불과한 서울도심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현재 보다 약 4배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작년 7월 다동근린공원 외 9개 부지에서 재창조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시범사업부터 적신호 켜졌다…최악의 경우엔 파출소 재배치?

그러나 파출소 부지 이전이 어려워지면서 시범사업 격인 ‘다동공원 조성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작년 10월 시가 남대문경찰서에 2024년 3월까지 태평로파출소를 이전할 것을 요청했지만, 경찰청은 올해 예산안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현재 태평로파출소가 있는 땅과 건물은 각각 중구청과 서울시 소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대문서가 2025년 예산 편성할 때 이(태평로파출소 이전 예산)를 반영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현재 파출소와 건물들이 점유하고 있어 공원 개방성이 떨어지고 이용률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심에 경찰청 소유 부지가 있어도 당장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 현재 중구청이 장충동주민센터를 건립해 쓰는 땅은 경찰청 땅이지만, 태평로파출소와 2.5㎞ 거리에 떨어져 있다. 이 부지를 대체지로 쓰려면 경찰은 공원 조성 사업을 위해 파출소 관할구역을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파출소 이전이 무리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 도심 공원 취지는 좋은데, 밤이나 주말엔 공동화 우려

게다가 파출소 규모가 작을 경우에는 존치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23조2항(도시공원 점용허가의 구체적 기준)에 따르면 공원 안에 지구대·파출소가 들어설 경우 건축 연면적 430㎡이하여야 한다. 태평로파출소의 건축 면적은 67㎡, 연면적은 155㎡다.

실제로 현장에선 파출소를 이전할 경우 치안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태평로파출소는 주말마다 집회·시위가 열리는 광화문에서 시청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강성 시위자나 야간 주취자로 인한 치안 수요가 상당한 지역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녹지 확보라는 좋은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서울시는 태평로파출소가 오래 전부터 이 위치에 있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야간 회식 문화와 주취자가 줄었지만, 직장인들이 빠져나간 자리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노숙인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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