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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전셋값 국평 6억?…1만가구 입주發 폭락 전조 vs 미끼 매물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4.04.04 07:30
[땅집고]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들어서는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공사 현장. /김혜주 기자


[땅집고] 올해 11월 입주를 앞두고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구 둔촌주공)’ 공사가 한창입니다. 전체 1만2000가구 규모에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이르는 매머드급 단지로 분양 전부터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최근에는 이 단지 전세가를 두고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신축 전세 매물 가격이 인근 구축 아파트 가격보다도 저렴하게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서울 내 전세 가격이 오르고, 매물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신축임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 이곳 전세 매물이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입주까지 7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벌써 전세 매물이 무더기로 올라오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수분양자들의 다급함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등록된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전세 매물입니다. 6억5000만원이라는 가격에 올라왔습니다. 심지어 6억원짜리 매물까지도 등장했습니다. 기존 강동구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강동구 상일동 ‘고덕그라시움’ 아파트 같은 평형 전세가가 7억5000만원으로 형성됐는데 이와 비교해봐도 1억원이상 저렴한 가격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실거주의무 3년 유예로 인해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나온 효과라고 분석했습니다. 당초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실거주 의무가 있었지만 올 초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입주 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일찍이 전세 세입자를 찾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매물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올라온 이 단지 전세 매물은 이달 1일 기준으로 960건이 넘습니다. 최근 일주일 새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입주까지 약 7개월이 남은 만큼 향후 입주 시기가 닥치면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올림픽파크포레온과 비슷한 규모의 대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입주 당시 전세가가 크게 떨어졌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가까이 가면 이 많은 가구가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세 매물을) 싸게 내던져야할 것”이라면서 “지금 8억원이라도 계약을 해야하지만 9억원, 10억원을 받기 위해 버티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2019년 헬리오시티 아파트에서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가격이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9월 최고 7억9000만원 선까지 올랐던 전세가는 반년이 지난 2019년에는 5억원 대로 2억원 가까이 추락했습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쏟아내면서 보증금이 가파르게 떨어진 겁니다.

헬리오시티 입주 여파는 일대 아파트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근 송파구와 강동구 전세 금액이 함께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강동구에는 오는 11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와 함께 6월에 1299가구 규모 단지인 ‘강동헤리티지자이’도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땅집고] 땅집고가 지난달 29일 입수한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전세 거래 계약서. /배민주 기자


땅집고가 지난달 29일 취재한 결과 올림픽파크포레온 1단지 전용 84㎡ 전세 실거래 가격은 7억7000만원으로 해당 거래가 최저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둔촌동역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역대급 전세금으로 화제가 된 올림픽파크포레온 34평 6억원대 매물은 모객을 위한 이른바 ‘미끼 매물’에 불과하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매물은 8억원대에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올라온 (올림픽파크포레온 매물은) 등기부등록을 아직 안 해서 네이버에서 실제 매물인지 검증이 어렵다”면서 “최근 7억7000만원에 진행한 일반분양 (전용 84㎡) 전세 계약이 최저가”라고 밝혔습니다.

1만2000가구 규모에 달하는 이 단지에서 입주 시점이 되면 전세 물량이 폭탄으로 쏟아질 수 있습니다. 실거주 의무 유예가 늦게 결정이 나면서, 아직 실거주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수분양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월 입주 시점 한참 전부터 이런 복합적인 요인으로 임대인과 임차인간 전세 호가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대단지 입주장에서 일부 임대인의 경우, 입주 시점에 전세 거래를 빨리 맞추지 못하면 잔금을 내기도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전세금에 거래를 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단지 25평이 10억원으로 분양가가 워낙 셌다”면서 “집주인들이 집단대출 실행해서 입주할 지 아니면 세를 줄 지 고민하고 있는 상태로 7~8월 정도 되면 결정을 많이 지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단지 전경. /김혜주 기자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위치한 강동구 전세가는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주간 서울 지역 전세가는 0.08%, 0.07%, 0.07% 상승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동구 전세가는 0.01%, 0.04%, 0.09%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축 아파트 전세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은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과거 헬리오시티 입주장 당시 전세가가 떨어졌다 수 년 후 가격을 회복한 것처럼 시장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뒤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문가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축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단기적으로 전세 매물이 증가하니까 그 지역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전세 사이클이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돌 기간 정도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인근 시세와 매매가 및 전세가가 맞춰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겁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를 약 7개월 앞두고 집주인과 예비 세입자 가운데 ‘호가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전세가 추이와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됩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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