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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전세 13억인데 우린 7억…전세금 반값 수준 '장기전세주택' 인기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4.02 07:30

[전·월세 대란 시대 ③] 반포 래미안원펜타스 20평 전셋집 “시세보다 6억 저렴”…치솟는 전세금에 ‘장기전세주택’ 주목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대표 신축 단지인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에서 장기전세주택 물량이 11가구 나왔는데, 무려 1025명이 신청해 9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우선공급 물량 경쟁률은 256대1로 세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아파트 전경. / 땅집고DB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지난해말 이 단지를 포함한 제43차 장기전세주택 1순위 총 1148가구 모집에 1만3496명이 몰려 평균 1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42차 평균 경쟁률(3.7대1)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숫자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해 5월 이후 현재까지 10개월 연속 오르면서, 전셋집 마련 대안으로 ‘장기전세주택’(Shift) 이 주목받고 있다. 시프트는 무주택자가 주변 시세 80% 이하 임대료로 최장 20년까지 새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임대주택 제도로 올해로 시행 17년을 맞았다. 그간 수요자도 많고 공급 효과도 커 업계에서 긍적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 급등 여파에 공급이 점점 감소하면서 보완이 필요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 전세난에 시세 반값 ‘장기전세주택’ 경쟁률 폭발…작년比 3배↑

‘시프트’ 주택(Shift) 은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Shift)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철학이 담긴 사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예전 재임 시절인 2007년 강서구 마곡수명산파크 2단지에서 첫 입주를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17년간 약 3만3973가구 규모로 공급됐다.

[땅집고]서울시가 작년 '장기전세주택 거주경험 수기공모전'을 열고 수상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서울시


공급량 전체를 수요자 선호가 높은 아파트로 구성한데다, 무주택자에게 주변 시세 80% 이하 임대료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임대료 상한은 2년간 5% 이내 범위다.

주택은 매입형과 건설형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매입형은 주로 정비 사업지에서 공공기여를 통해 발생하는 만큼 입지가 좋다고 평가 받는다. 집값이 비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재건축·재개발 공공기여를 통한 신축 아파트 물량이 임대 가구로 나와 수요가 꾸준했다. 소셜믹스 방식으로 동호수를 지정해 입주민들이 장기전세주택이 어딘지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도심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지난 17년간 장기전세주택 제도는 주택 공급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빛을 발했다.

[땅집고] 작년 12월 입주자를 모집한 주요 장기전세주택 전세금 및 주변 아파트 시세 비교. /SH


최근 모집한 단지를 보면 서울 한강변 신축 아파트를 비롯해 강북 초고층 주상복합까지 다양했다.

가격도 파격적이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의 경우 59㎡ 전세금이 3억7500만원에 나왔다. 인근 신축 단지인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 같은 주택형 전세가 3월 기준 6억1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 수준이었다.

서초구 반포동 한강변 단지인 ‘래미안원펜타스’ 59㎡의 경우 전세금이 7억3125만원 수준에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옆 아파트인 ‘래미안원베일리’ 같은 주택형 전세금 12억~13억원보다 6억원 정도 저렴했다.

■ ‘시프트 주택’ 공급 점점 감소…“기업형 임대 형태로 변환 모색해야”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째 연속 상승하고 있다. 빌라·오피스텔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하면서 임대수요가 아파트로 쏠린데다, 최근 고금리·공사비 상승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세난을 해소할 대책으로 떠오른 장기전세주택 공급 실적도 감소한단 점이다. 지난달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장기전세주택 공급 물량은 사업시행인가 기준으로 4514가구로 지난해 목표 1만4666가구의 31%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 ▲전세형 임대주택(1804가구) ▲공공전세주택(703가구) ▲민간임대주택(611가구) ▲가로주택정비사업(319가구)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민간주택 매입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건설형 장기전세 ▲민간토지 임차형 ▲공동출자형 ▲철도역사 복합형 등의 모델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시프트는 도심에 품질 좋은 아파트를 저렴하게 공급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서울 땅값이 급등하고 공사비가 치솟아 재건축·재개발이 멈춘 상황에서 계속 원활하게 공급하긴 어렵다”고 했다. 최 교수는 “공공이 모두 공급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리츠 등을 도입해 시프트도 기업형 장기임대 형태가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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