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월세폭등 조장하는 국토부 '전세보증보험' 정책에 임대시장 대혼란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4.03.27 07:30

[전·월세 대란 시대 ②] "전세금 수천만원 낮춰야만 가입 가능" 전세보증보험 가입 강화에 임대시장 월세폭등 우려

[땅집고]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땅집고] 서울 송파구의 9평짜리 A다세대 연립주택 집주인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2년 전 이 주택 전세금은 최대 2억9000만원까지 올랐는데, 최근들어선 시세가 2억6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최근 전세 사기가 급증하면서 전세살이를 기피하는 세입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금이 낮춰진 것이 아니란 주장이다. 정부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갑자기 강화해 가입할 수 있는 주택 가격 기준을 낮추면서 정상적인 기존 전세금 가격으로 세입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요건이 ‘공시가격 150%’에서 ‘공시가격의 126%’로 낮게 적용되면서 전세금이 강제로 하락했다고 분석한다. A 빌라 집주인은 2022년엔 최대 3억5000만원까지 전세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4년 공시가격이 낮아진데다 강화된 룰까지 적용하자, 받을 수 있는 전세금 한도가 2억8000만원 이하로 2년 전보다 최대 7700만원 줄었다.

송파구 빌라촌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택이 여러 채인 임대사업자의 경우 무조건 기존 시세보다 전세금을 낮춰야만 세입자를 받을 수 있고, 세입자도 전세사기 등으로 조건을 까다롭게 보면서 집주인이 월세 매물로 전환한 경우도 많다”며 “전세금은 낮아졌지만, 월세 매물이 부족해 월세 가격이 반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 2년 전보다 보증금 수천만원 낮춰야 세입자 받는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란 전세계약 종료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증금을 책임지는 상품을 말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한다. 이 상품에 가입을 하면 전세 보증금 반환을 HUG가 책임지기 때문에, 전세 사기를 당해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이 상품에 가입을 할 때 주택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은 공시가격이다. 여기에 일정 비율을 곱해 정한다.

그런데 최근 공시가격이 하락한데다, 정부가 주택가격 산정 기준도 크게 낮추면서 문제가 됐다. 지난해 초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늘자, 정부가 가입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시가격에 150%’를 곱해 주택 값을 매기던 방식을 작년부터 ‘126%’로 더 낮추기로 했다.

이로인해 보증보험 가입을 하기 위해 전세금을 수천만원씩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땅집고]서울의 한 빌라 공시가격 변화와 전세반환보증보험 가입요건 변화로 인한 전세금 최대 한도 변화.



예컨대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송파구 A빌라의 공시가격은 2022년 2억3900만원에서 올해2억2300만원으로 1600만원 하락했다. 공시가격에 150%를 곱하면 3억5850만원까지 전세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낮아진 공시가격에 126%를 곱해 주택 값을 산정하면 2억8000여만원으로 2022년 대비 7700만원이 낮아진다.

가입 기준 요건으로만 보면 이 집주인은 2년 전보다 전세금을 최대 7700만원 낮춰 새로운 세입자를 받거나, 기존 세입자에게 같은 금액을 반환해야 하는 셈이다.

■ ‘가만히 있다 사기꾼 될 판’…임대인협회 “2022년 계약한 집주인 66%, 반환보증 가입 못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강제로 전세금을 낮추는 정책을 편 것이 되레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관계자는 “비아파트 주택시장의 위축은 신규 임차 수요 감소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사고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2년 체결된 연립·다세대 전세 계약의 66%가 동일한 금액으로 올해 계약을 갱신할 경우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집고]2024년 전세계약 갱신 시 전세보증가입 가능 여부. /집토스


전세금이 낮아지면 정부 정책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겠지만, 최근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세금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다방에 따르면 지난 2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서울 신축 빌라 원룸의 평균 월세는 101.5만원으로 100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9% 오른 금액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최근 3개월(2월 기준)간 전국 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5993건, 사고 금액은 1조3107억원으로 나타났다. 사고율은 9.7%에 달해 10가구 중 1가구는 보증사고가 발생했다고 조사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빌라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세입자가 전세보증보험을 갱신하려고 하면 기존 계약된 전세금이 너무 높아서 거절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집주인이 더 낮은 금액에 전세 재계약을 해주지 않으면서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했다./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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