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란 시대 ①] "서울 아파트 월세 8개월 연속 상승…중위가격 108만원"

[땅집고] “재작년부터 금리가 높아지면서, 임대인들이 전월세 매물을 팔아서 현금화한 분들이 많아요. 여기에 전세 사기 등이 겹치면서 전세보다 월세 찾는 사람 늘었죠. 월세 물량이 부족해 이사철 이후에도 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요. 지금도 문의는 많지만, 적절한 가격대는 매물이 부족합니다.”(잠실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 월세 매물이 보증금 1억원, 월 390만원에 신규 계약됐다. 지난해 같은 보증금이면 300만원에 월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약 100만원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송파구는 통상 전세금 1억원당 월세 30만원 정도 쳐줬는데, 요즘은 임대 매물 부족으로 40만원까지 올라갔다”며 “최근 84㎡ 기준 전세금이 10억5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데, 예전에 전세금이 더 비쌌을 때도 월세는 보증금 1억원에 300만원 선이었다”고 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월세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째 서울의 월세가 오름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 연 환산율을 나타내는 전월세전환율도 ‘1억원 당 30만원선’ 공식이 깨지고 있다.

■ 월세 매물 1년 새 40% 쪼그라들었는데…전월세 4년만기 물량 ‘3만가구’ 쏟아져

지난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월세가격 변동률은 지난 2월 기준 0.16%로 작년 6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세다.

서울의 아파트 월세는 100만원을 넘긴 지 오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월세 중위 가격은 지난 2월 기준 108만5000원으로 지난해 1월 105만원보다 3만5000원 올랐다.

전세 보증금을 1년 치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환산율인 전월세 전환율도 상승했다. 다시 말해 전월세전환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전세보다 월세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3월 전월세전환율이 3%대에서 4.08%로 올랐다. 전월세전환율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이달도 4.16%로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금 1억원을 월세로 바꿀 때 전월세 전환율이 3%라면 세입자가 1년 동안 내야 하는 월세는 총 300만원이 된다. 4%면 400만원이란 이야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세사기 등이 잇따르면서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 매물이 부족해졌고, 금리 또한 계속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월세 부담이 낮아져 세입자들이 월세를 더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월세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단 점이다.

아파트실거래가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월세 매물은 지난 2022년 12월까지 3만1278건으로 2021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전세사기가 이슈가 된 2023년 초부터 급감해 현재 1만8259건(-40%)까지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올해 입주 물량마저 줄어 매물이 지난해보다 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에 3만8000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역시 평균 5년 입주 물량 대비 20% 적다. 여기에 절반 정도는 정비사업 물량이어서 더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 “입주 예정 물량보다 많은 갱신 만료 주택…8월 ‘전월세 대란’ 불보듯 뻔한 일”

오는 8월이면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4년이 도래하면서 월세가 더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7월 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 적용을 받았던 주택들이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일시에 가격이 오르는 전월세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월세 신규 계약은 임대차법에 구애를 받지 않고, 집주인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후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건수는 총 30만162건이다. 이 중에서 올해 8월부터 내년 7월까지 갱신이 만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총 9만8225건이다. 서울에서는 3만501건, 수도권에서는 7만3623건이다. 서울의 경우, 직방이 예측한 올해 서울 입주 예정 물량(1만 2334가구)의 3배 수준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오는 8월 전세금이 오르는 것은 확실시 되어가고 있다”며 “다만 계약이 만료되는 주택은 올 초부터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자금 마련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승폭과 비슷한 수준으로 8월 이후까지 전세금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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