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나라 아파트에 사생활 보호에 취약한 ‘투명 현관문’을 달아 논란을 불렀던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79)이 올해 프리츠커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게 됐다.
이달 5일 미국 하얏트 재단은 야마모토 리켄을 올해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일본 건축가로서는 9번째 수상이다.
194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야마모토 리켄은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일본 요코하마로 집을 옮겼다. 1968년 니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1973년 ‘리켄 야마모토&필드 숍’ 건축설계사무소를 차렸다. 이후 50여 년에 걸쳐 일본을 비롯해 스위스, 중국, 한국 등지에서 건물을 여럿 설계했다.
야마모토 리켄의 건축 가치관과 정체성은 ‘투명성’, ‘공공성’과 맞닿아있다. 예를 들어 일본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2000)의 경우 건물을 투명하게 만들어 소방관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가감없이 드러냈고, 방문자들이 건물 곳곳에서 소방관들과 마주칠 수 있도록 하는 등이다.
이 같은 야마모토 리켄의 건축 스타일에 대해 프리츠커상 심사위원회는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해체하고, 주택을 이웃과 단절된 상품으로 전락시킨 오랜 조건을 거부한다”며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의 유대 관계를 구축하는 건축가이자 사회 운동가”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에도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한 주택 단지가 몇몇 있다. 이웃과의 소통을 끌어내기 위해 현관문 등 건물 일부를 투명하게 만들어 화제가 됐다.
대표적인 단지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보금자리지구 3단지’가 있다. 총 1065가구 규모 임대주택인데, 모든 가구 현관문을 통유리로 설계해 밖에서도 집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다. 이런 투명 현관문에 대해 야마모토 리켄은 “입주민들 간 상생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특히 고령자들의 사회적인 접촉과 교류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계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집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현관문에 옅은 황토색으로 된 블라인드를 달아두고, 결로를 막기 위해 블라인드 위에 일명 ‘뽁뽁이’(포장용 비닐)를 붙인 집도 많아 사실상 투명 현관문이 유명무실한 설계로 느껴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LH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일대에 공급한 타운하우스인 ‘월든힐스’ 중 2단지도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를 맡았다. 한 가구당 3~4층을 쓰는 복층 구조인데, 중정을 배치하고 외관을 통유리로 마감한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단지는 2011년 기준으로 총 100가구 중 94가구가 미분양이었을 정도로 분양 성적이 좋지 않았다. 각 가구를 이루는 사방 벽이 유리라 어김 없이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결국 LH는 큰 손실을 입었고 첫 분양한지 5년 만인 2014년에야 미분양 물량을 겨우 털어낼 수 있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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