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가 현대자동차그룹이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대해 기부채납(공공기여) 금액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GBC 완공 시점이 기존 2022년에서 최소 2026년 이후로 늦춰질 정도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그동안 물가상승 등 영향으로 과거 책정했던 기부채납 가치가 떨어져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다.
24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GBC 사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기부채납 규모를 최초 산정액 대비 더 높일 수 있는 근거 조항 등을 마련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 옛 한국전력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를 인수해 GBC 건립 계획을 밝힌 뒤, 2016년 착공할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서울시는 2016년 이 부지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당시 토지가격을 기준으로 기부채납 규모를 1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기부채납이란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사업자에게 토지 용도변경이나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기반시설 용지나 설치 비용을 받아내는 제도를 말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GBC 사업에 대한 기부채납은 인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을 비롯해 사업장 인근 도로 개선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도로 개선에는 올림픽대로와 탄천동로 지하화, 동부간선도로 진입램프 신설, 봉은교와 삼성교 보행로 확대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가 직접 설치 제공해 서울시에 넘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설계 변경 등 요인으로 GBC 사업이 여태껏 터파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과거 책정했던 기부채납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기부채납액이 2016년 산정해 올해로 8년째인데 투입된 금액이 전체의 10%에 불과한 1000억여원에 그치는 데다, GBC 사업 계획도 크게 변경된 만큼 금액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GBC 건물은 기존 최고 105층 1개동과 저층 건물 4개동 구성에서, 최고 55층 2개동과 저층 건물 4개동으로 변경됐다. 당초 서울시가 105층 랜드마크(569m) 건축을 전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혜택을 줬던 만큼, 변경된 계획을 바탕으로 기부채납 규모를 다시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제기됐다. 105층에 설치하는 전망대를 일반 시민들에 공개하는 것이나 도로 공사 등도 기부채납으로 인정했는데 설계 변경으로 이런 부분들이 달라진 만큼 기부채납액도 재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채납을 토지 등 부동산이 아닌 현금으로 받기로 했던 탓에 문제가 불거진 영향도 있다. GBC 사업지 표준 공시지가는 2017년 1㎡당 3350만원에서 올해 1㎡당 7565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현재 서울시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과 잠실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하는 데 현대차로부터 받은 현금 기부채납액을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사원가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 측은 각 사업을 진행해는 데 물가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진 만큼, 현대자동차그룹과 증액된 공사비를 적절히 분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서울시는 GBC 사업과 관련해 현대자동차그룹 측에 기부채납 규모 등과 관련한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그룹 측은 언론에 “아직 재검토 요청은 받지 못했으며, 서울시와 원만히 협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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